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오월에 마주하는 산과 들의 신록은 새로 짠 페르시아 양탄자를 눈앞에 펼쳐놓은 듯이 곱다. 식구마다 아껴두었던 깔 좋은 새 옷을 차려입고 봄맞이 나선 화목했던 대가족의 사진을 다시 보는 것처럼 반갑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우리들의 봄을 모두 빼앗겨 버렸고, 게다가 음력 사월에 윤달이 들어 평년보다 추운 3월과 4월동안 더욱 움츠러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다가오는 화창한 5월이 한결 더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걱정했던 4.15 총선을 치른 뒤에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숫자가 10명 내외로 줄어서, 이제야 겨우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방역당국은 생활방역을 강조하고, 앞으로는 코로나 19 이전의 세월은 다시 올 수 없다고 하는데, 신록처럼 움터 오르는 희망과 기대는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도 그리 어둡지는 않으리라는 간절한 소망과 믿음을 갖게 한다.

오월은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난히 많다. 1일은 세계 노동자의 날이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비로소 사람다운 존재가 되므로, 유사이래로 생산의 기초단위였던 가정도 노동절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가족성원의 노동과 그 생산물은 가정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바탕이 된다.

5일은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를 위한 날이다.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부모뿐 아니라 동네와 사회가 힘을 모아 보살펴야 한다. 2016년 제정한 아동권리헌장은 아동권리를 위한 우리의 책임을 천명하고 있지만, 최근 n번방 사건을 통해 나타난 아동성학대 범죄 등을 보면 아이들을 볼 낯이 없다.

8일은 어버이날이므로 어버이날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낳았거나 혹은 길러주신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며,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행동으로 어버이에게 보여드리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11일은 입양의 날인데 입양의 날은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이고, 그 전날인 10일은 본래 가정에서의 양육이 입양보다 우선한다는 의미의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가정은 그 형태가 다양하며, 구성원이 꼭 혈연이나 결혼으로 맺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의식주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그 구성원이 서로에게 지지가 되는 곳이면 가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가정이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로 알려져 있지만, 2005년부터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에 의해 제정된 가정의 날이다. 유엔에서는 변화하는 세계에서 가정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1994년을 세계가정의 해로 정하고, 매년 5월 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정하였다. 건강한 가정은 행복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된다.

가정의 중요한 기능은 자녀를 양육하여, 성년이 되면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시키는 것인데, 정부는 오월 셋째 주 월요일(18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여 새로 사회에 발 딛는 젊은이를 환영한다. 구태의연한 성년식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성인이 된 자신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깨닫게 하는 성년행사가 필요하다. 또한 올해는 만18세 이상의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었으므로 현재 19세인 성년의 연령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이(2) 하나가(1) 된다는 의미인데, 성장배경이 다르고 생각과 습관이 다른 남녀가 모여 한 가정을 이루므로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요컨대 5월은 우리의 삶에서 가정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인과는 거리를 두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 그러므로 올해는 가정의 달을 맞는 의미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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