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솔로몬의 지혜 가운데 교과서에도 소개된 '다윗의 반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유대교 경전에 단 주석을 모아놓은 책인 지혜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일화이다.

솔로몬의 아버지인 고대 이스라엘 다윗 왕이 어느 날 세공사를 불러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고, 전쟁에서 패하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새기라는 것. 세공사는 정반대의 두 상황을 모두 충족시킬 글귀가 떠오르지 않자 솔로몬을 찾았다. 솔로몬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구절을 알려줬다.

유대인의 지혜와 삶을 엮어놓은 탈무드에 나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하나 더 해본다.

삼 형제에게 각자 세 가지 보물이 있다. 첫째는 망원경, 둘째는 양탄자, 셋째는 어떤 병이든지 고칠 수 있는 사과. 첫째가 망원경으로 이웃 나라 공주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방(榜)을 보고, 둘째의 양탄자를 타고 삼 형제가 왕궁에 도착했다. 셋째가 자신의 사과를 공주에게 먹이자 공주는 깨끗이 나았다. 삼 형제가 갖고 있던 어느 하나의 보물이라도 없었다면 공주는 병을 고치지 못했다. 그런데 왕은 셋째를 부마(사위)로 삼았다. 다른 두 형제의 보물은 그대로 있지만, 셋째는 사과를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삼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보물을 잃은 것이다. 두 이야기는 '올인(하나에 인생을 거는 것)'을 경계하고 '정의와 판단의 잣대'를 가르친다.

발행되기 시작한 지 1년을 넘긴 해남사랑상품권이 요즘 이해충돌의 중심에 서 있다. 서로의 이해가 팽팽히 맞선 주요 당사자는 소상공인과 농축협이다.

먼저 소상공인의 입장.

"해남상품권을 발행한 취지는 지역자금의 외부유출을 막고, 소상공인 보호 등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농축협에 풀릴 경우 발행된 상품권의 60% 이상이 쏠리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농축협의 가맹점 포함 여부는 지역사회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반면 상품권 사용처에서 배제되어 '뿔난' 지역농협의 입장.

"상품권이 주로 식당, 옷가게, 유흥업소 등에 풀린다. 이들은 농협과 경쟁 사이가 아니다. 해남 11개 지역농협의 조합원은 농민이고 (이익)자금의 50%는 유보금, 50%는 조합원에 환원되기 때문에 역외유출 우려가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상품권 발행기관인 해남군의 입장이 고약해졌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도, 농축협도 모두가 엄연한 해남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데, 상반된 입장의 간격을 어떻게 좁히고 풀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런 이해충돌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최상의 해법은 현실 속에서 존재할 것 같지 않다. 솔로몬이 부활하거나 탈무드의 지혜를 빌려도 어려울 듯싶다. 그렇다면 차선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해남상품권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면 어떨까. 다만 서로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발전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조건부로….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