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독자위원장)

 
 

흑색은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암흑, 공포, 죽음과 권위, 신비의 이중성을 지닌 정말 매력 있는 색이다. 특히 패션에서는 모든 색을 포용하는 검정색의 의상을 보면 자석에 이끌리듯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흑색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미 사전투표일이 이틀 지나간 다음에 민생당 윤영일 후보 측에서 민주당 윤재갑 후보를 2016년도에 금전요구와 군수 공천 보장을 요구했다며 공갈,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이 문자, 카톡, 밴드 등에 전달되거나 게시됐다. 후에 녹취록 번문도 게시됐다. 곧이어 역으로 윤재갑 후보 측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윤영일 후보를 고발했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이미 수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고 본 투표가 목전인데 유포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가늠할 겨를도 없이 오직 후보자 측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양측 모두 고발된 상태이니 유권자들은 당일 투표는 물론이거니와 선거 이후에도 어떻게 될 지 걱정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후보자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겠지만 유권자는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국민이 정치를 하는 시대다. 국민이 투표일 단 하루만 주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날은 방관자이던 시대는 아니다. 일찍이 루소는 "국민은 오직 투표일만 자유로울 뿐이다. 투표일이 지나게 되면 곧 노예로 되기가 쉽다"라고 말했다. 루소의 말은 현대적 의의와 시사하는 바를 되새겨 봐야한다. 국민이 투표일 하루만 갑이 아닌 1년 내내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예산 또는 후원금 등의 사용에 대한 적절성 및 투명성, 주민과의 소통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국민 개개인이 하기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나 정치적 현실성에 대한 한계에 직면할 수 있어 국민과 함께 언론의 역할이 절실하다 하겠다.

투표는 끝났지만 사건에 대한 후보 간 진실공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알 수 없고 아울러 후유증도 불가피해 보인다. 언론에서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가감 없이 사실대로 보도해 줄 것이라 믿는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국민이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과 언론은 공히 진실과 정의를 갈구해야 하리라 본다.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투표는 계속될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낳고 기르듯이 국민의 주권에 의해 잉태된 권력이 올바르게 시행돼야 한다. 이번 사건이 걸려도 또 걸리는 감기가 아니라 한번 걸리면 평생 면역을 얻게 되는 홍역이 되기를, 주민이 마타도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선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새삼스럽게 옷장에 걸려있는 빛은 바랬지만 고고한 자태를 은은히 내뿜는 검은색 옷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