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결정되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금배지를 가슴에 달았기에, 앞으로 4년 동안 그분들은 높은 신분과 큰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두고 "기라성 같다"고 한다. '기라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 해놓고, '신분이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말은 일본말이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きらきら'(기라기라)라고 하고, 별 성(星) 자를 일본말로 'ほし'(호시)라고 하는데, 이를 합쳐 'きら星'이라 쓴다. 이 말을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기라를 음독하고 한자 성을 읽어서 '기라성'이라고 했다. '쟁쟁한'이나 '내로라하는' 같은 깨끗한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을 돌리지 못해 밤에 별이 잘 보인다고 한다. 별이 반짝반짝 보이는 것은 좋으나, 이걸 두고 '비까번쩍'이나 '삐까번쩍'이라고 하면 안 된다. '번쩍이다'는 뜻을 지닌 일본말 'ぴかぴか'(삐까삐까)와 우리말 '번쩍번쩍'을 뒤섞은 잡탕말이다.
선거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유세를 했다. 일본말로 왔다갔다를 'いったりきったり'(잇다리깃다리)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말과 섞어 '왔다리갔다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깨끗한 우리말이 아니다.
1910년에 우리나라 국권을 일본에 빼앗겼다가 35년 만에 광복한 뒤로 벌써 7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말글살이에 남아 있다.
우리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말도 아닌 엉터리 말들이다.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