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는 해남공룡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익룡·공룡·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하나 뿐인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 발자국(20~35cm)이 있고, 지금으로부터 약 8300만 년 전에 생성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도 있다. 신선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공룡 발자국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바로 우항리에 있는 해남공룡박물관이다.

흔히 '발자국 소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추억의 발자국 소리, 한밤중에 들리는 조용한 발자국 소리 등. 그러나 발자국은 흔적이라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발걸음은 뚜벅뚜벅 소리가 날지언정, 발걸음이 지나간 자국인 발자국은 소리가 날 수 없다. 그럼에도 발자국 소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발자국 소리를 뜻하는 한자말이 있다. 바로 공향(跫響)이다. 발자국 소리 공 자(跫)와 울릴 향(響) 자를 써서 '발자국 소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는 나오지만 다행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낱말이 올라 있지 않다. 한자말이라서 껄끄럽기도 하지만, '발자국 소리'라는 엉터리 풀이라서 올리지 않은 것 같다.

'고향 내음'과 '고향 냄새'가 다르고, '밤 마실'과 '밤 마을'의 말맛이 다르듯, '발자국 소리'와 '발걸음 소리'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국민들이 편하게 쓰는 말은 전문가들이 잘 검토해서 사전에 올려 널리 쓰이게 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해남공룡박물관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 발자국이 있다고 하니 시간 내서 가볼만한 일이다. 83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에서는 어떤 '발자국 소리'가 나는지도 궁금하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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