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과 코로나로 온 나라의 뉴스가 도배질되는 가운데 교통사고 CCTV 영상 하나가 눈길을 끈다. 빨간불인데도 속도를 늦추지 않던 승용차 한 대가 제 신호를 받고 진행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 이송 중 사망했고, 가해자들은 또 다른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 보란 듯이 차 앞에서 인증 샷을 찍고 세 번의 교통사고를 더 낸 후 붙잡혔다.

차량 절도, 무면허 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하지만 무죄. 그들은 촉법소년이다.

현행법상 10세 이상 만14세 미만인 자가 범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촉법소년이라 하여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고 범죄기록도 안 남는다고 한다.

판단 능력이 부족한 소년범들의 경우, 처벌보다 교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겠지만 문제는 이 같은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초등학생이 자신의 부모를 놀렸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으로 불러 흉기로 살해하는 일이 있었다.

긴급체포됐지만 촉법소년이라 간단한 조사 후 귀가했고, 위탁보호 1년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 동영상 유포를 한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는데 그 중엔 범행 당시 만12세였던 촉법소년이 포함됐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 중 살인, 강도 등 4대 강력 범죄가 77%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뺑소니 사고를 당했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배달 일을 하던 친구였다. 유가족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울고 죄책감 없이 얼굴을 들고 다닐 가해자 소년들을 보며 또 울었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청소년들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주일 만에 90만 명을 넘었다. 분위기가 이러자 법무부와 교육부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14세에서 만13세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처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달라진 소년범죄의 양상이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양 측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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