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가만히 세상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최근의 화두는 도시재생이다.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며 '기술의 진보', '속도의 향상', '규모의 증강'을 추구하던 세계가 이제 거꾸로 '로컬', '회복', '재생'으로 그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이제는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의 한 챕터들을 차지하거나 최근에 출판된 소설의 소재로도 나올 만큼 친숙하다. 해남군민에게도 로컬 푸드, 공동체 회복, 도시재생 등의 단어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정부 주도의 종합정책으로 발표된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도시재생이란 말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쇠퇴한 지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해남군도 현재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공모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3월 첫 수업에 들어가 출석을 확인했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는데 도시 및 지역개발학과라는 처음 접하는 과명이 있어서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시작한 해남군 도시재생대학에 참여하고 나서야 그 낯설었던 학과의 명칭이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노력이라고 이해를 하였다.

2기까지 진행된 해남군 도시재생 대학에서는 순천, 영산포, 그리고 광주 양동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그 지역들은 보존되고 있는 삶의 역사에 현재를 결합하거나 과거의 공간을 폐기하지 않고 과거의 의미를 되살려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을 불어 넣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런 곳들을 둘러보고 해남터미널에 도착하면 그 지역들과 해남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해남 읍은 너무 개념 없이 개발되어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흔적, 즉 시간의 자취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남 읍의 현재 모습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삶터의 흔적은 사라지고 부서져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와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역사성을 담고 있는 상징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흔히 사람은 오늘에 이른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결과이며, 과거는 현재를 있게 하는 토대다. 이런 관점으로 역사를 보면 역사란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그 대상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간 삶의 과정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시간을 살 수 없으며 그 무엇으로도 역사를 살 수는 없다. 이것이 해남 현 청사가 존치해야 하는 이유다. 부수는 순간 현 청사가 안고 있던 1968년부터의 시간이 사라지고 역사가 사라진다. 500년 전의 조선시대 양반의 역사인 녹우당이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어 다행이며 감사한 것처럼 현 청사가 갖고 있는 군민들 즉 아무개들의 역사 뿐만 아니라 행정과 관료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해남읍성의 안에는 해남의 과거 역사를 담아두고 읍성 밖에는 현재의 시간이 흐르도록 하여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빛나는 해남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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