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터넷으로 해남김치를 좀 샀다. 해남배추는 추운 겨울을 밭에서 지내며 얼다 녹다를 반복했기에,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 해남배추에 신선한 국내산 농산물만 쓴 천연양념으로 담근 해남김치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절로 난다. 그 가운데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총각김치이다.

총각김치는 손가락 굵기의 어린 무를 무청째 담근 김치다. 그런데 왜 하필 '총각김치'일까.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홀아비김치'라고 하니 알 듯싶다가도, '처녀김치'는 없으니 아리송하다.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이다. 총(總)은 '거느리다, 묶다'는 뜻이고, 각(角)은 '뿔'을 뜻한다. 그러니 총각은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는 것'이고, 총각무의 총각은 '머리처럼 땋아서 묶을 수 있는 무청'으로 볼 수 있다.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큼을 모아 묶은 미역을 '총각미역'이라고 하는 걸 보면 '총각'은 분명 뿔모양으로 묶는 것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고, 총각무로 담근 깍두기가 '총각깍두기'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처녀무가 없으니 처녀김치는 애당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총각무를 '알무', '알타리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런 낱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알무와 알타리무를 버리고, 총각무만 표준말로 올렸기 때문이다. 아쉽다. 한자말인 총각무만 표준말로 삼은 것도 아쉽고, 순 우리말인 알무와 알타리무를 버린 것도 서운하다.

아삭한 맛이 일품인 해남 총각김치. 청정지역 땅끝 해남에서 100% 국산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다. 그래서 시원하고 개운하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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