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천(해남향교 전교)

 
 

나는 기축년(2009년)에 향교에 입문해 올해로 12년째다. 더 빨리 입문하고 싶었지만 당시론 2대가 향교입문이 불가능해서 늦깎이로 입문하게 되었고 삭망에 참석하여 분향례를 봉행하다보면 어려운 한문으로 홀기를 읽고 있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당시 선친께서는 "잘 모른다고 끙끙거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알려고 노력하면 차차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이후 나는 청운의 뜻을 품고 성리학에 관심을 갖고 성균관에서 행한 교육을 수강하며 학문을 넓혀 나갔고 그 중에서도 공자님의 子絶四(자절사)에 더 주목했다.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毋意), 함부로 단언하지 않고(毋必), 자기 고집만 부리지 말며(毋固), 자기 아집을 삼가라(毋我)가 전문이다.

해남향교 유생 수는 남녀 1000명 정도이고, 전국적으로는 약 1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3%로 극히 미미하나 한국인의 몸엔 유교정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하는 학자들의 논리이다. 설, 한가위 등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때 대부분 차례를 모시는데 이는 유교의식이다.

상명대 중문과 김 어느 교수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당시에 통한 게 사실이나 지금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 당시는 중국에서조차 공자를 천시했으나 지금은 어느 곳을 가도 공자 사상이 히트치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공자님 같은 세계 성인이 탄생해서 손해볼 게 뭐가 있는가. 덴마크 구룬두비 선각자는 목사 시험에서 설교 주제를 '교회 지도자들이여, 회개하라'고 하자 건방지다는 이유로 낙방됐다. 덴마크 같은 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유림 세계에서는 '효는 백행지본'이라 해서 조상 섬기기를 천직으로 알고 자기 목숨 다할 때까지 극진히 모신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저승 갈 때 하나만 갖고 가라고 허락한다면 '한국의 효 사상'이라고 했다.

재임기간 추진코자 한 사업을 요약하면 '유교문화의 현대화'(어려운 한자문화에서 벗어나 일상용어로 전환), '유림조직의 대중화'(특정인들만의 조직이 아닌 서민층과 어울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예절을 배우고 익힘), '선비정신의 행동화'(유림이라면 사회의 모범이 되는 행실, 즉 배운대로 행동하는 학행일치)에 치중하겠다는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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