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목현(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타난 지 70여일을 넘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3월 11일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전염 상황을 팬데믹(Pandemic)으로 규정했다. 팬데믹이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로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이다.

코로나19처럼 과거에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국내 감염병으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있었다. 2004년 전 세계 사스 감염자는 8096명이며 그중 744명이 사망하여 치사율이 9.6%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감염자 3명, 사망자 0명으로 국외에 비해 감염자 수가 많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는 세계적으로 1288명의 감염자 중 498명 사망, 국내는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이었다. 메르스 치사율은 38.7%로 사스 치사율(9.6%)보다 더 높았다. 지난 1일 현재, 코로나19 세계 상황은 확진자 84만2000여명, 사망자 4만1000여명, 치사율 4.9%, 국내는 확진자 9887명, 사망자 165명, 치사율 1.67%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태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에 비교할 수 없도록 위압적 규모다.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면서 우리 사회의 온갖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정치권의 비정한 이전투구는 물론 그동안 음지에 있어 드러나지 않았던 종교집단의 의례 문화와 전도 양상이 그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마스크 몇 장을 사기 위하여 줄을 길게 늘이며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인간의 적나라한 군중심리와 그것을 침소봉대하여 보도하는 선정적인 언론 행태, 심지어는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일확천금을 누리려는 불량업자들까지 세상 백태가 연출되고 있어 한편은 씁쓸하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다양한 기부행위를 보면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금 20만원과 마스크 9매의 장애인 손편지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마스크 기부부터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운동, 그 외에도 헌혈봉사, 마스크와 손세정제 나눔 릴레이, 특히 해남출신 출향 인사들의 고향사랑 기부 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바람도 통하지 않는 불편한 방호복을 입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땀에 젖은 모습으로 정성껏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을 보면 너무 감동적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현실은 위기 속에서도 역동적으로 연대하고 헌신하는 국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미래가 희망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번째로 코로나19가 발생하였지만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스루 등 진단방식,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 신속한 방역과 선진형 의료체계로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번에 보여준 의료시스템과 국민들의 성실한 대응은 경제적 선진국을 넘어 진정한 국민의식의 선진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인간의 삶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가 빗장을 채우고, 학교, 종교시설, 극장, 공연장이 문을 열지 못하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 2002년 사스 이후 전 세계 감염병 확산은 4~5년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인류는 앞으로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질병의 위험에 끊임없이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질병에 대한 의료적 대응과 더불어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한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와 자연 환경, 국가와 정부, 의료체계, 교육기관과 방식, 종교집단의 의례행위, 수많은 사회적 구성체 등에 대해 점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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