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아 되새김해보는 두 가지 얘깃거리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해남 출신으로 16~17대 총선(해남·진도선거구)에서 당선된 고(故) 이정일 전 국회의원. 그가 여의도에 입성한 후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위에 전한 소감이다.

"그 많은 국회의원 중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자는 단 한 명도 없더라. 모두가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라고. 20년 가까이 지난 얘기지만 이 전 의원의 한탄은 지금도 나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한다. 그런 그가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동료 의원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에는 몸서리가 쳐졌을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두 차례의 전국구(지금의 비례대표)를 포함해 3선(11~12대, 14대)의 정시채 전 국회의원. 그는 진도 출신으로는 해남·진도 유권자의 투표를 통해 가장 최근(그래봐야 35년 전인 1985년)에 당선된 국회의원이다.(당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에서 1위로 당선됐으며, 이후 소선거구제에서는 두 번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국회의원과 장관(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대학 총장을 지냈다. 그가 초당대 총장으로 재임(1999~2003년)하던 당시 필자가 물었다.

"국회의원과 장관, 대학 총장 중 어느 자리가 가장 좋습니까?" "물론 국회의원"

"이유는?" "권한은 많고 책임은 없으니까."

"나중에 어느 직책으로 불리기 원하십니까?" "장관"

"이유는?" "욕 덜 먹고 열심히 일하는 자리니까."

시간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본다. 1995년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베이징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말했다가 정치권으로부터 된통 당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삼류도 아닌 사류 정치' 발언에 열광했다.

그럼 2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정치권 주소는 어디인가. 되레 '오류 정치'로 퇴보했다는 우울한 진단에 한 표를 던져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마당에도 총선의 기운이 우리의 세포 한편에서 꿈틀댄다. 해남·완도·진도선거구에도 3명의 후보가 선량(選良)으로 향하는 출사표를 내고 유권자의 선택을 고대하고 있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 당최 헷갈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에서 정당은? 무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기호 1,2번도 없는)투표용지 길이만 전자개표 기준치(34.9㎝)를 훌쩍 넘긴 48.1㎝에 달하면서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민망한 정치판에서….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엄밀히 말해 국민의 대표이며, 지역선거구는 국민의 대표를 고루 선출하기 위해 구역을 정리해놓은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후보가 양심에 따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더 잘할 것인가에 선택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욕심을 조금 부려, 우리 지역의 참 머슴을 찾아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다만 그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어서 고민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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