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코로나로 가택연금(?)을 당하다 보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인이 코로나 사태에 생각하게 되는 인류사적 의미를 담은 빌 게이츠의 글이라며 카톡방에 올린다. 보낸 이에 대한 믿음도 있고 빌 게이츠가 쓴 글이라서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글이 내 스마트폰의 다른 밴드와 카톡방에 또 올라온다.

바로 뒤이어서 그건 빌 게이츠가 쓴 글이 아니라는 댓글이 달린다. 이 글은 사실에 기반 하지 않았으므로 가짜뉴스일까?

방송사의 '팩트체크'란이 인기를 얻는다는 건 가짜뉴스가 시대적 현상임을 반영한다. 기자의 노력에도 실수로 미확인 혹은 잘못된 사실이 뉴스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모두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긴 어렵다.

사전에는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규정한다. 기자가 의도적인 게 아니었다고 주장하면 의도와 단순 실수를 구분하기도 어려우니 가짜뉴스와 오보의 경계구분부터 만만치 않다.

어린이들은 소꿉장난에 '가짜돈'을 만들어 놀곤 한다. 누구나 쉽게 한 눈에 가짜돈임을 알 수 있어 속을 사람도 피해도 없다. 놀이를 시작할 때부터 이건 가짜임을 전제로 하는 거라서.

그러나 '위조지폐'는 아니다. 경제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아주 사악하고 중한 범죄다. 위조지폐범에게는 중형을 내려야 한다. 가짜뉴스는 여러 면에서 위조지폐와 비슷하다. 그럴싸한 가짜뉴스가 퍼져나가 정치적 국면이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도 있고, 사실로 믿고 빠르게 행동하다가 엉뚱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사회구성원간 불신을 만연케 하고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위협하는 일이다.

위조지폐범 처벌처럼 가짜뉴스 처벌법을 아주 엄중하게 만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가짜뉴스 생산 유포자들 중에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이유는 가짜뉴스 만들기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제조자들은 깜짝 놀랄만한 거짓뉴스를 만들어내어 인터넷에 올리고 본다.

인터넷 상에서 클릭 수만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광고 수익이 생겨난다. 가짜뉴스의 사실여부나 윤리 같은 건 광고주, 광고업체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묻고 따지는 건 오히려 장사에 방해가 될 뿐이니 그들은 그럴 듯 하고 쇼킹한 걸 만드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집단 중에 청소년들이 많다. 철없는 장난이라고 해도 피해가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 건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오보의 구분도 어렵고, 매일 수십 만 개의 가짜뉴스가 인터넷 공간에 쏟아져 퍼지고 있어도 이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판정해서 제작자를 검거하는 건 수십 건도 못 된다.

범죄자의 속도를 경찰이 추격할 수 없는 형국이다. 당국의 단속만을 기다리기에는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무조건 법만 엄중하게 만들고 적용하면 해결되리라 믿는 건 문제의 개념과 본질도 아직 모르는 거다.

가짜뉴스 근절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아직 걸음마 단계도 아니다. 다방면의 대책을 세우기 위한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우선은 언론 종사자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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