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 꽃들이 '마실' 나오고, 꽃 '내음'도 진동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실'은 표준어가 아니었다. '마실'이 아니라 '마을'이 맞고, '내음'이 아니라 '냄새'가 바른 말이었다. 그러나 마을과 마실, 냄새와 내음은 분명 말맛이 다르기에, 현실 언어를 반영하여 '마실'과 '내음'을 표준어로 올렸다. 이렇게 사전은 언어가 사용되는 현실을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표준어 반열에 오른 낱말이 이쁘다, 찰지다, 고프다, 잎새, 푸르르다 따위다. 이렇게 사전은 새 뜻을 넣으면서 발전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촌스럽다'를 찾아보면,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고 풀이가 되어 있다. 한마디로 덜떨어졌다는 뜻이다. 그 뜻 한가지 뿐이다. 작년 한해 해남군으로 귀촌한 분들이 1500명 정도 된다. 그분들은 결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어서' 해남으로 온 것이 아니고, '어수룩한 데가 있어서' 해남으로 귀촌한 게 아니다. 그저 고향을 찾아왔거나 맑은 공기를 쫓아 촌으로 왔을 뿐이다. 그런 분들께 '촌스럽다'는 사전 풀이를 들이댈 수는 없다. 뭔가 다른 풀이가 더 필요하다.

도시가 아닌 촌은 늘 덜 세련되고 어수룩한 것이라고 보는 생각은 틀렸다. 그럼에도 사전 풀이가 그런 뜻 밖에 없다면 사전 풀이를 바꾸거나 다양한 풀이를 더 넣어야 한다. "유달리 시골 내음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여유로운 삶을 찾아 촌으로 가는 사람"과 같은 뜻풀이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

촌스러움의 가치를 알고 존중해 줄 때 우리 문화도 융성해지고 내 고향도 발전할 것이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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