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된 지 어언 2주, 대학 동기들이 있는 메신저 단톡방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일상이 올려졌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해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에 지친 여자 동기들의 넋두리. 하루하루가 똑같다 보니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힘들다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주변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중계 카메라 촬영을 하는 대학 선배는 3월에 예정됐던 축제와 행사가 거의 취소되었다고 한다.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다. 강연을 업으로 삼는 누군가는 한 달간 수입이 하나도 없을 지경에 처했고 해남에서 만난 친구는 예정되었던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우리는 이렇게 코로나19에 봄을 빼앗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시기를 보내는 요즘, 우리가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역으로 깨달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공개되는 확진자의 동선, 그저 스쳐 지나는 줄로만 알았던 '타인'이 실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만약 신천지라는 단체가 없었더라면…"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오늘의 모든 문제는 신천지만이 원인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물론 신천지 특유의 폐쇄적인 교리와 공격적인 포교 방식에 따라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신도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감췄고, 그로 인해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신천지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환경을 가진 집단이라면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 서울의 콜센터, 천안의 줌바댄스교육이 그것이다. 대구 경북의 일이겠거니 하는 우리 사회의 안일한 태도, 균열은 이런 약한 곳에서부터 일어난다. 다시 말해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자가 아닌 같이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럴 때 일수록 힘들게 살고 있는 이웃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약한 곳을 보살펴야 한다. 이는 훗날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우리가 이번의 경험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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