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해남 하나로마트에 들렀더니 상품 포장하는 곳에 종이 상자가 별로 안 보인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재활용이 안 되는 폐기물 사용을 줄이자는 뜻에서 연초부터 대형마트에서 자율 포장대를 없앴는데, 하나로마트는 차마 없애지는 못하고 점점 줄여가는 것 같다. 정부는 매년 마트 포장대에서 사용되는 658만톤의 테이프와 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면서 쓰레기 줄이는 일에 함께하는 게 좋겠다.

요즘은 커피를 마시러 가도 내 컵을 가지고 가면 조금 깎아 준다. 종이컵 비용을 빼주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자기 컵을 가지고 다니도록 유도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글쓴이도 개인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커피를 받는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커피 값도 깎아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예전에는 보온병을 마호병이라고 했다. 따뜻한 물을 넣으면 바로 식지 않고, 찬물을 넣어도 바로 미지근해 지지 않아 신기한 마술 같은 병이라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주로 쓰셔서 마치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낱말 같지만 사실은 '마호병'은 일본말이다. 일본에서 마호병을 魔法甁(마법병)이라 쓰고 まほうびん[마호오빈]이라 읽었다.

다행히 지금은 다들 마호병이라 하지 않고 보온병이라고 한다. 이렇게 일본어투 말을 찾아내서 하나하나 우리말로 다듬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깨끗하게 다듬어가다 보면 끝이 보일 것이다.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성 제 훈(농촌진흥청 연구관)

<필자 소개> 
· 성제훈 박사, 1967년 화산면 명금마을 출생
· 전남대학교 농학박사 취득
· 현)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 재직
· 저서) 우리말 편지Ⅰ·Ⅱ
·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 중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