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시간 줄서서 5장 구매, 방식 제각각 '민원' 봇물

 
 

"오메 마스크 하나 살라고 3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렸더니 병 나것네"

"나도 좀 주시오, 몇시간씩 기다렸는디 없다고 하면 어짜노. 팔지를 말던가"

돈 주고도 못사고, 서너시간은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마스크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체국과 농협, 그리고 약국을 통해 마스크 공적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물량이 달리다보니 군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너시간 줄을 서야 하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등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해남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줄서기 전쟁이 계속됐다.
▲ 해남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줄서기 전쟁이 계속됐다.

해남에서는 면 단위 13개 우체국에서 매일 1인당 5매씩, 총 80~85명분의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고 해남진도축협 해리점과 고도지점에서는 매일 1인당 5매씩, 80~100명분의 마스크를 팔고 있다. 또 각 면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1인당 5매씩, 40명분을 팔고 있다.

해남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공적판매분 외에 자체적으로 전남에 있는 마스크 생산업체에서 물량을 확보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4일 동안 7000매를 판매하면서 마스크 공급에 큰 도움이 됐지만 이마저도 지난 4일부터 물량 확보가 어려워 자체 판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국은 약국별로 전체 물량이 하루 100매에 그쳐 금방 품절이 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 됐다.

지난 2일 옥천우체국 앞에는 오전 11시 판매를 앞두고 8시부터 주민들이 몰려오더니 수백미터 줄이 생겼다.

어르신들은 다리가 아파 양해를 구하고 우체국 계단에 앉아 있다가 판매가 되자 줄로 복귀했다. 호산마을 주민들은 "집에서 15분 넘게 우체국까지 걸어나온 뒤 두시간 넘게 기다렸다 가까스로 마스크를 샀다"며 그나마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이 날 80명만이 마스크를 살 수 있었는데 소요된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50여명은 마스크를 손에 얻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해남진도축협 해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오후 2시 판매인데 오전 10시부터 긴 줄이 생겼다. 박성인(71) 씨는 "약국을 몇 번이나 돌아다녀도 마스크를 살 수가 없어 10시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고 20대 여성인 A 씨는 "옥천 우체국에서 줄 서서 기다렸다가 마스크를 사지 못해 곧바로 이 곳으로 와서 다시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해남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자체 확보한 물량을 통해 오전 10시와 오후 6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0명, 총 400명에게 마스크 2000매를 판매했다. 입구부터 수백미터 길게 줄이 늘어서자 당일분이 넘어선 주민들에게 직원들이 양해를 구하고 마스크를 지금은 살 수 없으니 돌아가 달라고 말해 줄을 끊었지만 몇 십분 되지 않아 줄은 금방 다시 늘어났다.

해남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영리추구가 목적이 아니고 사회공헌 일환으로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것인데 마스크를 사지 못한 고객들이 왜 나한테는 팔지 않느냐, 다른 데로 빼돌린 것이 아니냐며 항의하고 일부는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왜 결제가 되지 않느냐고 따지는 등 갖가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리고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는데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판매처마다 판매 시간이 오전과 오후로 다르고 줄이 길에 늘어설 경우 번호표를 미리 나눠주고 판매시간에 오도록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 판매시간까지 기다리게 한 뒤 사도록 하는 곳이 있는 등 판매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혼선과 함께 민원발생이 더욱 커지고 있다. 

B 씨는 "오전 9시에 판매하는 곳으로 갔다가 마스크를 사지 못해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로 곧바로 이동했는데 지금은 팔지 않으니 오후 2시에 다시 오라고 해서 두 시간여 일찍 남편과 딸을 보냈는데 이미 번호표가 다 나가버려 살 수 없었다고 해 항의했지만 왜 우리에게 따지느냐며 핀잔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는 일부 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다른 곳은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왜 여기는 나눠주지 않느냐며 구매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민원이 계속되자 농협과 해남진도축협 그리고 면 단위 우체국은 협의를 통해 지난 5일부터 우체국 판매는 오전 11시, 농축협 판매는 오후 2시를 그대로 지키되 농축협에서도 오전 11시에 맞춰 일찍부터 줄을 서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번호표를 미리 나눠주기로 했다. 다만 해남농협 마산지점은 마산면 자체 협의를 통해 우체국과 농협의 마스크 판매시간을 오전 11시로 통일했다.

한편 마스크 줄서기 민원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5일 대책을 발표하고 마스크 생산량의 80%까지 공적 판매를 크게 늘리고 오는 9일부터 약국을 중심으로 1인당 1주일에 2매씩만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스크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맞춰 해당 요일에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더 복잡해져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군민들은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로부터 공적마스크를 일괄 구매한 뒤 주민들이 읍면사무소를 방문하도록 해 받아가도록 하거나 통장이나 이장,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개별 주민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방식 등을 도입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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