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집 방문하고 확인
첫째가 엄마, 휴가 꿈도 못꿔

3학년 쌍둥이 남자형제와 7살 유치원생 여자 아이 등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A 씨(41·해남읍)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전쟁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9일로 연기됐던 개학일이 다시 23일로 2주 더 연기됐다는 소식에 A 씨는 '개학일만 기다렸는데…'를 연발했다.

유치원생은 긴급돌봄으로 그대로 유치원에 보내고 있지만 3학년 쌍둥이 형제는 집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 그리고 긴급돌봄의 경우 시간 조정이나 도시락 지참 등 불편함이 있어 학교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집에 있도록 하고 오후에는 학원에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 겸 점심을 챙겨주고 뒤늦게 오전 10시 30분에 출근에 나선 뒤 오후 1시 30분에 집에 들러 아이들을 속셈학원에 보내고 오후 4시에 다시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태권도학원이 오후 6시부터 시작이라 빈 시간에 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이동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수시로 집을 왔다갔다 해야 하고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수시로 통화도 해야 해서 개인 시간이 정말 아예 없고 저녁에는 녹초가 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3살 아이와 초등학교 5, 6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등 네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B 씨(36·해남읍)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딸이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3살 아이의 경우 오전에만 집으로 방문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초등학교 자녀들은 당분간 학교나 학원을 보내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집에 있도록 하다 보니 첫째 딸이 세 동생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첫째 딸은 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이나 노는 모습들을 영상으로 찍어 엄마에게 보내 안심시키고 정작 자신은 밤 늦은 시간에 문제집을 풀며 자기 시간을 갖고 있는데 이런 딸이 엄마는 애처롭기만 하다.

B 씨는 "남편이나 저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눈치도 보이고 다른 동료에게 제 일을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연차휴가를 쉽게 쓰지 못하고 있고 최대 10일의 자녀돌봄휴가도 아직 무급인데다 사업장에서 인식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허울 뿐이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이들만 고생을 더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맞벌이 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집이 더 안전하고 낯선 사람에게 되도록 아이를 맡기지 않으려는 생각에 아이들을 집에 두는 가정이 많다보니 일부는 친인척에게 맡기거나 일부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기도 한다.

또 한창 뛰어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느는 등 맞벌이 가정의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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