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씨(마산면 외호리·41)

▲ 이원준 씨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이원준 씨는 아버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퇴직한 아버지와 고향으로
흑염소 농장 기반 마련 

이원준(41) 씨는 해남에서 흑염소하면 자신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목표로 귀농해 아버지와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산면 안정리에서 태어난 이 씨는 경찰공무원이었던 아버지 이형선(67) 씨를 따라 가족이 목포로 이사했다. 할아버지 댁은 현재 면사무소가 있는 자리였다. 그랬던 이 씨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계기는 퇴직하신 아버지가 흑염소 교육이 있으니 함께 가자는 권유에 의해서다.

이 씨는 "아버지와 교육을 받으면서 아버지 성격상 교육만 받고 끝내실 분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버지를 돕고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소년기에 방황으로 부모님 속도 많이 썩이고 나이가 들어서는 개인생활로 떨어져 지내다보니 함께한 시간도 적어 기존에 하던 일을 접고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흑염소 농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부자가 함께 마산면으로 내려와 외호리에 농장을 짓고 흑염소 60마리로 시작했다. 지금은 380마리까지 흑염소를 늘렸다. 아버지는 범골흑염소, 이 씨는 부자흑염소로 농장 이름을 짓고 함께 힘을 모아 흑염소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면사무소 앞에 흑염소 진액과 식육을 판매하는 초원식품을 짓고 운영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장소를 임대해서 장비를 놓고 열악하게 가공작업을 했었는데 깨끗하고 깔끔한 가공시설의 필요성을 느껴 투자했다.

흑염소 농장과 가공사업장 등을 짓는데 예산이 많이 들고 사료값 등 생산비에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소득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일정 규모의 농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이 씨는 "3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벌이가 시원치는 않다"며 "가족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해해 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농장과 사무실 등을 짓는데 업자들에게 맡기려다가 비용이 너무 커서 해남에 오기 전에 토목 관련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하게 됐다"며 "그나마 한정된 예산에서 시설과 장비를 새로 바꾸고 HACCP와 무항생제 등 인증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다보니 사소한 것들로 의견이 달라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화도 많아져 끈끈한 부자간의 정을 쌓고있다.

이 씨 부자의 농장은 HACCP와 무항생제 인증에 이어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등 철저한 관리하에 운영하고 있다. 방목보다는 관리가 수월한 개체별 가두리 방식으로 농장을 꾸몄고 흑염소들이 뛰어 다닐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놨다. 좋은 것을 먹여야한다는 생각에 가격이 비싸도 사료와 건초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이 씨는 "흑염소의 마릿수를 일정 수준까지 올려야 안정적인 소득이 생길 것으로 보여 1000마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매년 흑염소 관련 교육을 들으며 사육방법을 익혀나가고 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게 더 많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스터대에 진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흑염소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며 "해남에서 흑염소하면 이원준이 떠오르도록 차별화된 흑염소를 길러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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