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금 (사)가정을건강하게하는 시민의모임 이사장

 
 

우리는 지금 인류의 오랜 염원이던 100세 사회에 살고 있다. 한 사회의 사망연령대 중 90대가 가장 많고 100세까지 초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를 100세 사회라고 부르는데 앞으로 110세, 120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장수사회가 되었음에도 한국에서 노인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녹록하지 않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는가이다. 젊거나 늙거나 건강이 행복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지만, 특히 노년기의 건강은 노년을 맞는 한 개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건강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현대와 같이 의술이 발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만들고 지켜갈 수 있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장수에 대비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100세 사회 또 다른 과제는 돌봄의 문제이다. 과거 우리 가족제도에서는 가족이 노인돌봄의 주 담당자였다. 그러나 산업과 주거형태,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예전과 같은 자녀들에 의한 가족돌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노년을 자기가 돌볼 수 있는 자기돌봄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자기돌봄이란 활동 가능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국가와 사회, 가족도 길어지는 노년기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은 노인 1인 가구의 비율이 높고, 노인부부 또는 시어머니와 나이 든 며느리가 함께 지내며 서로를 돌보고 산다. 그러나 노인복지가 비교적 잘 된 일본에서 조차 병든 시어머니와 남편을 극진히 수발하던 70대 여성이 두 사람을 살해하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가정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집에 있을 수 없는 노인들은 노인전문병원이나 요양원 등 복지시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노인들은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 살던 자기 집을 떠나, 양로시설에서 노년을 보내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늙어가고, 가족 곁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길어진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노후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며,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 다가올 노년기의 생활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 역시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최저생활을 받쳐주는 버팀목이다. 또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서 함께 하루 한 끼라도 식사를 하실 수 있게 하고, 마을의 빈 터에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노인들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인복지 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며,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평균수명은 82세로 높지만, 건강수명은 65세로, 죽기 전 평균 17년 정도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의 삶, 노년의 빈곤과 질환에 대한 책임을 가족이나 국가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가족을 먹여 살리고, 경제적 성장과 부를 이루는데 기여했으면서도,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세대를 자녀나 지역사회,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 자신도 온 인류가 그토록 염원했던 장수사회가 저주가 되지 않도록 가족, 국가와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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