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목 씨(옥천면 영춘리·36)

 
 

2년차까지 수익 없어 고민
밤호박 재배로 수익 생겨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자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던 도시청년이 농업으로 눈을 돌려 해남으로 귀농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농업현장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충목(36) 씨는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광주에서 살다가 지난 2017년 해남으로 귀농한 이 씨는 올해로 귀농 4년차에 접어들었다. 옥천면 영춘리 인근 시설하우스에서 백향과, 배추 등를 재배하다 지난해부터는 밤호박을 주작목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 전에는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업인 경찰공무원을 준비했었다. 그러다 만난 친구의 아버지가 무안에서 농사를 하고 있어 일손을 도우면서 농업을 처음 접했다. 그러다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농업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에게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아버지는 삽질도 안 해본 녀석이 무슨 농사라며 반대했고 그나마 어머니가 지지를 보내줬다.

이 씨는 "내가 부지런하게 농사를 짓는다면 수익을 얻을 것이라 느껴 전남대 농대에 입학해 다시 공부했다"며 "그냥 귀농하는 것보다는 알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귀농 자금을 마련하고자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다. 농촌지역에 가서 비닐하우스를 짓는 일을 하면서 해남에도 자주 들렀었다. 해남으로 귀농한 이유도 비닐하우스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해남에 사는 지인의 도움 때문이다. 무안과 고흥 등도 알아봤지만 땅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해남 지인이 부지마련에 도움을 줘 해남을 귀농지로 결정했다.

귀농 후 특화작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시설하우스를 짓고 백향과를 심었으나 결과는 실패했다. 부지가 논을 밭으로 바꾸면서 토질이 맞지 않았고 종자 구입을 위해 대금을 지불했으나 세관에 막혀 전달받지 못하고 돈마저 돌려받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음해에는 배추를 심었지만 지난 2018년 가격폭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농사 수입이 없어 생활하기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농사를 지었다.

이 씨는 "귀농을 했지만 농사 수입이 없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며 "큰 꿈을 안고 귀농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힘든 생활이 계속돼 포기하고 싶은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되면서 다행히 영농정착지원금을 받아 생활비의 일부가 지원돼 포기하기보다는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된 사람들과 자주 만나면서 정보교류와 고민을 나누었다. 이때 밤호박을 재배하는 김영학 씨의 권유로 지난해 밤호박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실패로 작목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귀농 3년만에 수익을 얻었다. 아직 큰 수익은 아니지만 2년의 실패로 절망을 맛봤지만 밤호박 재배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하우스 규모를 600평에서 1100평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 씨는 "농사를 해보니깐 농사만 지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며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놓고 새로운 작물들도 재배해 나가고자 한다"며 "특화작물을 재배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가공을 통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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