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제 사회에서 정책실패나 어려움에 처한 국면을 가장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몰아붙이는 것이다. 희생양은 자기 책임이 아님에도 타인 이익이나 어떠한 목적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거나 강자에게 이용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사회 뿐만 아니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일정한 소속감이나 정체감을 가진 집단에서도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내부문제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고 결속을 유지한다.

여러 가족구성원 중에 "○○만 없으면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도 없고 행복할텐데~"라는 표적이 되는 사람이 '가족희생양'이다. 대부분 문제아로 찍은 가족구성원 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지만 사실은 가족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약한 고리로 불거져 나온 것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의 자녀가 가출을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일탈행위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그들 대부분은 사회와 가정에서 괴리를 보이는 부모의 위선적 행동이나 권위적인 가족구조. 부모에 대한 저항으로 반사회적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가족 전체 문제이기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의 잘못된 구조를 재구조화하고 각자의 역할분담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희생양을 만들게 되면 나타나는 문제로 첫째, 희생양이 된 사람이 고통을 겪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진짜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나 집단은 책임을 지지 않게 되기 때문에 또다시 똑 같은 문제가 계속 되풀이 되게 된다는 점이다. 조직사회에서 좋은 의도로 추진한 일이나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게 되면 좋은 의도는 온데간데 없고 비판과 나쁜 평가가 횡행하게 된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분석, 세밀한 계획수립이 결여되어 있을 수도 있고 일의 추진과정에서 인적 물적자원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따라서 조직구성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각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희생양은 발생된 문제로 인한 대중의 분노나 불만, 증오심을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향하도록 호도한다. 역사적으로도 중세 유럽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마녀사냥'이나 전체주의체제 나치독일이 정치적 파탄, 경제사회적 불안과 혼란의 책임을 유대인에게 뒤집어 씌웠다. 1910년 일본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로 인해 혼란한 민심을 재일조선인 폭동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6000여명을 학살했다.

우리사회에서도 일상적으로 희생양 만들기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자 일부 언론들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주 중국인들이 얼마나 비위생적인가를 부각하며 중국인 혐오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가족이나 조직 집단, 사회문제를 특정 개인이나 소수자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에서도 벗어나고 사회적 공동체성에도 위배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고난을 받은 '하나님의 어린 양'이듯이 인류사에는 행복한 삶과 더나은 미래를 이어온 것은 자기희생에 기반해 있다. 남을 희생양 만들기 보다는 차라리 내가 희생양이 되겠다는 서원은 불안한 우리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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