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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영화보다 치밀한 전략
조효기 PD  |  bazo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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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4  1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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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봉준호가 해냈다. 아니 작품에 출연한 배우와 제작사, 투자배급사까지 모두가 해낸 결과다.

아카데미 4관왕이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한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에서는 물론 아카데미의 역사를 다시 썼다.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례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의 결정에 놀랐고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를 아카데미가 다시 한번 선택해준 것에 더욱 놀랐다.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을 지켜보며 한국인 감독이 한국인 배우가 TV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서 한국말로 수상소감을 전했을 때의 짜릿함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고, 봉 감독 자신도 영화학도였을 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마틴을 호명할 때는 모두가 기립하며 마틴을 칭송하기도 했다.

일명 '오스카 캠페인'이라 불리는 6개월간의 홍보 기간에 봉 감독은 인상 깊은 입담을 쏟아냈다. 미국 영화대중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왜 그동안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냐는 질문에 그는 네 단어로 답했다. "They are very local" 아카데미상을 지역 영화제로 일축한 것이다.

이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을 때는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미국의 보수적인 관객을 겨냥했고, 아카데미는 바로 외국어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을 국제 장편 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으로 고쳤다. 지금에 와서 보면 보수적인 아카데미를 직접적으로 저격했고, 자막이 있으면 잘 보려고도 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일종의 자극을 주지 않았나 싶다. 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고서는 오스카가 추구하는 그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며 화답했고, 감독상을 받고는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등분해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눠 갖고 싶다며 저예산 영화의 성공을 오마주했다.

아카데미로 달려가는 레이스 기간 전략인지, 우연인지 모르지만, 기생충은 이렇게 아카데미의 치부를 정면으로 건들었다. 결국, 잘 만든 한국 영화가 아닌 잘 만든 영화가 되었고 92년 동안 이어온 철옹성 같았던 아카데미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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