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는 의미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개인적인 행동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되며 모두가 같은 상황일 때 함께 헤쳐 나갈 것을 극복하자는 마음이 담겨있다.

최근 농관원에서는 김장철을 맞아 소비가 증가하는 배추와 양념류 등 김장채소 부정유통 차단을 위한 원산지 표시 일제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한달여간 6283명이 동원된 이번 단속에서는 88개소가 원산지를 거짓 표시했으며 21개소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배추김치가 84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배추 17건, 고춧가루 7건, 기타양념류가 5건이었다. 업체별로는 음식점이 74개소, 가공업체 13개소, 도·소매 6개소, 통신판매 5개소, 기타가 11개소였다.

특히 해남 배추의 유명세를 이용해 타지역 배추를 해남 배추로 속여 판매해 적발된 건이 12건에 달하고 그 양이 223톤, 약 6억원에 달했다. 원산지 위반은 매년 되풀이되며 개인의 이득을 위해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올해는 해남 배추의 위기였다. 연이은 3번의 태풍은 배추 생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가격하락으로 연이은 산지폐기가 진행됐고 농민들은 큰 손해를 봤다. 이번 농사로 지난해의 손해를 처리해야하는데 이번에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남아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건지자는 생각에 관리에 나서 부족한 물량이라도 배추와 절임배추로 판매하며 바쁜 수확기를 보냈다. 태풍피해로 수확량이 줄면서 그나마 가격이 조금 올랐으니 위안을 삼았었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한 것은 농민들이 아닌 일부 유통업자와 생산업체였다. 이들은 타지역 배추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해남 배추로 포장하고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농관원 홈페이지에 있는 원산지위반공표에 해남소재 생산업체의 위반사실이 나와 있다. 무안산 배추를 구입해 절임배추를 만들어 해남산으로 판매한 것이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해남 배추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쉽게 깨질 수 있다.

원산지에 지역을 쓰는 것은 그만큼 생산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국내산이 아닌 해남산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농산물과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아 불법으로 얻은 이익은 영원할 수 없다. 해남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이뤄지지 않도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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