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 승인 없이 기초공사
유네스코와 협의마저 늦어져

▲ 설계변경 논란과 유네스코 유산영향평가 등으로 호국대전 건립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공사현장에 목재만 잔뜩 쌓여있다.
▲ 설계변경 논란과 유네스코 유산영향평가 등으로 호국대전 건립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공사현장에 목재만 잔뜩 쌓여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승군을 기리는 호국대전 건립사업이 대흥사내에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계속 중단상태에 빠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흥사는 지난 2018년 4월 기공식을 갖고 국비와 지방비 등 총 공사비 85억원 규모로 건축면적 250평, 높이 17.25m의 호국대전 건립사업에 들어갔다.

해남군에 따르면 당시 설계에는 콘크리트가 없었던 옛날 전통방식에 따라 잡석과 석회를 섞어 건물 기초를 다지는 강회기법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규모가 상당하다보니 건축물 하중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18년 9월 문화재청에 콘크리트 기법으로의 설계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같은 해 6월 대흥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산사 7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설계변경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등재 전에는 유네스코에 이런 계획이 있다고만 보고됐으나 등재가 정식으로 이뤄지면서 설계변경은 물론 건립공사 자체를 놓고도 사찰에 미치는 영향이나 관리문제 그리고 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해 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해 유네스코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흥사가 설계승인이나 유네스코와 협의 없이 지난해 콘크리트 기법으로 기초를 다지는 공사를 해버렸다는 것이다. 또 이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업체는 예전에 문화재 복원이나 보수 규정을 지키지 않아 영업정지를 받은 A 회사 대표 아들이 새로 만든 업체로 사실상 대표와 건설사 이름만 바꿔 대흥사 관련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공사는 현재 다시 중단된 상태인데 사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적절한 절차 없이 사실상 설계를 위반해 공사가 이뤄진 배경과 함께 이번 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행정 조치나 문화재청에 정식 보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와 협의과정에서 기존 설계인 전통기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에는 기 시공된 기초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남군은 "등재 이후 빚어진 여러 가지 상황이 처음 있는 일인데다 절차도 복잡해 협의가 늦어지고 있고 협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 유산영향평가에 대한 초안을 마련해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와 협의, 보완을 거쳐 3월에 유네스코에 영향평가를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남군과 대흥사 측은 유네스코와 협의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만일 유네스코에서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나 축소, 보완을 요구할 경우 앞으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국대전과 관련한 총공사비 85억 가운데 40억원은 이미 나무를 구입하고 깎는 치목사업 등으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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