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나무를 베거나 가르고 쪼개기 위해 사용되는 도끼는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연장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 보다 앞선 시대의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는 돌도끼로 돌로 무언가를 치다 깨진 날카로운 부분으로 물건을 찍는 수준에서 강철을 덧댄 지금과는 비할바가 아니지만 도구의 모습과 원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인류 문명의 진보와 함께 도끼 연장에서 무기로도 사용되었다. 도검류 보다는 제작이 간단한다는 이점에다 갑옷으로 중무장한 근접전에서 효과적이었다. 또한 다른 무기는 다루는데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도끼는 별다른 훈련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 전쟁에 동원된 농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도끼는 더 나아가 권력자의 권위와 한편으로는 저항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끼는 왕권의 상징이나 의전용품으로 쓰였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도끼를 지닌 채 상소를 하던 지부상소(持斧上疏)는 목숨을 거는 배수진을 치고 하던 상소라 파급력이 만만치 않았다.

근대화 시기에는 대도시에서는 가을철에 도끼하나에 의존해 두세명이 팀을 짜서 겨울내 사용할 장작을 패서 쌓아주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었다. 민속에서는 작은 도끼 서너개를 끈으로 꿴 것이나 넣은 주머니를 허리에 차기도 하고 혼례를 치른 신부 첫 날밤 잠자리 요밑에 깔아 두었다. 도끼를 아이를 낳게 해주는 주력(呪力)의 상징물로 생각했다.

이처럼 생활 속에 친근한 연장이다 보니 관련된 속담도 많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라는 속담은 말을 잘못하면 재앙이 닥치니 항상 조심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SNS나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삭제한다고 해도 순식간의 퍼져나가 사이버 공간 상에는 흔적이 남게 된다. 비슷한 속담이 아프리카에도 있다.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못한다"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 도끼는 말짱하지만 찍힌 나무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는 말이다. 상대방을 대할 때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진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이다.

명심보감에 "입은 사람을 찍는 도끼요, 말은 혓바닥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라. 몸이 어디 있든 편안하리라" 했는데 4월 총선을 앞두고 악의적인 막말과 근거없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선거문화는 언제나 정착되려나 싶다.

또 다른 속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말은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다른 면을 살펴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과 효율을 최고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조직문화 속에서는 도끼날을 날카롭게 벼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숲 속 나무들처럼 해야 할 일은 첩첩이 쌓여 있는데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녹슬고 무디어진 날을 세우도록 독려한다.

업무실적 향상과 효율화를 위해 녹을 벗겨내고 날을 벼리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집중하면 정작 도끼자루가 썩어 제대로 도끼질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된다.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는 튼튼한 도끼자루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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