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읍 쏠림 현상 갈수록 심각

▲ 황량하기만 한 해남서초의 운동장. 잔디가 모두 죽어버려 이 곳이 천연잔디운동장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황량하기만 한 해남서초의 운동장. 잔디가 모두 죽어버려 이 곳이 천연잔디운동장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잘 다듬어진 해남동초의 운동장.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 잘 다듬어진 해남동초의 운동장.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 싣는 순서|

1. 반복되는 신입생 미달 사태, 학과개편이 답이다
2. 학생 수 감소, 바라만 볼 것인가?
3. 해남읍·동초 집중화, 불균형의 또 다른 그림자
4. 교육정책, 청소년 복지 이렇게 가야 한다
5. '2020 해남교육, 다시 일어서야 한다' 토론회

2020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이 모두 끝난 가운데 올해 신입생은 지난해보다 무려 19%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이렇게 신입생이 큰 폭으로 준 상황에서도 해남읍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해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예정자는 367명으로 지난해 453명과 비교해 19%나 줄었다.

초등학교 신입생은 2015년 516명까지 증가세였지만 2016년 487명, 2017년 469명, 2018년 412명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출산 붐이 일었던 2012년 흑룡띠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한 관계로 전국적으로도 신입생 수가 크게 늘어 해남에서도 증가세(453명, 10% 증가)로 돌아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1년 만에 큰 폭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처럼 초등학교 신입생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올해 해남읍 쏠림 현상은 어느 때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예정자 367명 가운데 해남동초가 168명(46%), 해남서초가 78명(21%)으로 두 학교가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두 학교의 쏠림 현상은 2016년 56%, 2017년 59%, 2018년 62%, 지난해 59%에서 올해 67%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남읍에 학생들이 몰리다보니 면 단위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어란진초 어불분교장이 4년 연속 신입생이 없어 휴교상태인 가운데 현산남초는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북일초 1명, 삼산초·현산초·송호초·마산초용전분교장이 각각 2명, 계곡초·마산초·서정초가 각각 3명에 불과했다.

대다수 학교가 신입생이 10명 이하인 상태고 5개 학교만이 신입생이 10명을 넘는 상황이다. <표 참고>

면 단위 학교들은 "학기 중에는 취학대상자가 그런 대로 있었지만 예비소집을 앞두고서는 상당수가 해남읍으로 주소를 옮기며 신입생 받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남동초는 학생 수가 1100명에서 1200명 사이로 학급 수만 46학급, 그래서 교감도 2명이고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8명 수준이다.

면 단위 학교 상당수는 전체 학생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하고 학급 수는 많아야 학년마다 1학급, 학급당 학생 수는 보통 5명 안팎, 그래서 교감이 없는 학교가 많고 일부는 학생이 없어 2개 이상의 학년을 묶어 복식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초는 불균형, 동초 역차별 호소

'시간이 지날수록 동초와 서초의 차이 때문에 속상합니다. 이 운동장을 보십시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보다 더 못한 황량한 운동장입니다. 잡초는 무성하고 낡은 축구골대에 농구골대 하나 없습니다. 동초 운동장을 보십시오. 도시 운동장 못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해남군청 홈페이지 군민과의 대화에 해남서초 한 학부모가 올린 글이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이면에는 해남동초로 학생들이 몰리고 그래서 모든 시설과 예산, 지원이 동초로 편중된다는 하소연에서 나온 것이다. 읍 안에서도 불균형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남서초의 경우 신입생 예비소집 때만 되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올해의 경우 신입생 기준으로 읍지역의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이다 보니 76명 이상이 들어와야 학생들을 나눠서 4학급을 편성할 수 있는데 75명 이하면 꽉 채워서 3학급으로 편성할 수 밖에 없어 과밀학급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급 수가 줄면 교사가 줄게 되고 1~6학년 전체 학급 수가 24학급 이상이 돼야 9명의 부장 교사를 둘 수 있지만 그 이하면 7명의 부장 교사 밖에 둘 수 없어 업무 과중이 초래된다.

해남서초 학교운동장은 기존의 천연잔디 운동장였지만 배수가 안되고 관리가 어려운데다 학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잔디가 죽어버린 경우로 지난해 도교육청에 요청해 천연잔디 재시공을 추진했지만 운동장 규모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서초는 학부모들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다시 예산을 신청해 내년에 마사토 운동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해남동초도 할 말이 많은 상태다. 한마디로 오겠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선택권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올해 수성2리의 경우 해남서초와 가까워 해남동초와 해남서초 중에 한 곳을 선택해 입학이 가능하도록 공동통학구역으로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읍내 전체를 공동통학구역으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오히려 동초 쏠림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교육당국이 승인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해남동초는 특히 학생 수가 많아 올해의 경우 방과후학교 운영 예산이 1억3000만원 수준으로 학생 당 10만원 수준에 불과해 많은 과목을 개설하고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한정돼 예산 규모만 크지 학생 1인당 교육경비는 부족한 상황이다는 입장이다.

또 학생 수가 많다보니 과밀학급 논란이 따르 고 특별실도 부족해 올해 급식실이 새로 만들어지면 예전 급식실을 리모델링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해남동초는 동초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많은 상황으로 해남동초로의 지원확대도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의식 변화, 공동체 정신 필요

현재 상당수 학부모들은 지인이나 가족들의 주소지로 주소를 옮겨 자녀들을 동초로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위장전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면 단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일부 면지역 학부모들은 아예 읍으로 이사를 온 뒤 본인들이 차로 출퇴근을 하며 원래 살던 면에서 농사를 짓거나 직장을 다닌다.

그럼 왜 이렇게 해남동초에 학생들이 몰리고 동초로만 학교를 보내려 하는 것일까?

많은 학부모들은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해남동초와 해남중, 해남고를 차례로 나와야 해남에서 뭐라도 할 수 있고 주류에 속해 살 수 있다는 이른바 학연이다.

또 하나는 다른 학교의 경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특정시간 밖에 이뤄지지 않는데 동초는 아침은 물론 오후 늦게, 토요일까지 이뤄져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선호하고 돌봄교실도 이용시간대가 길어 학부모들이 편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의료, 문화, 학원 시설 등이 읍에 집중돼 있어 그 같은 혜택을 누리려면 읍에 자녀를 다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부모들의 말에서 해남읍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완벽한 정답을 구하기 어려울지라도 어느 정도의 해법은 유추해 볼 수 있다.

A 학교 교장은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해남에서조차 학연을 강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면 단위 학교를 다녀도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B 학교 관계자는 "지역공동체 의식이 중요한데 자녀들의 학교 문제로 친구 사이였던 누구는 읍으로 가고 누구는 그대로 면에 다니며 마을주민 간에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이웃끼리 함께 아이들을 키우며 재미있게 살면서 학교와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의식변화와 문화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 학교 관계자는 "면 단위에도 여러 가지 시설이나 문화 혜택, 일자리가 늘다보면 지역이 살아나고 아이들이 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며 "면이나 마을 특색에 맞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D 학교 교장은 "왜 동초로만 학생들이 몰리는지 면 단위 학교 자체적으로도 학교운영은 물론 특색 있는 프로그램 개발, 학부모들의 수요와 요구에 맞춘 변화 등 자구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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