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해남방문의 해를 맞아 만들어진 해남 홍보영상을 보았다. 5분 30초에 이르는 영상을 보고 영상 기획자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무언가 퓨전(Fusion)형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해남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내세워 2020년에 한번쯤은 해남을 꼭 가보아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영상은 도입부 낙숫물의 작은 물방울부터 파도와 바다로 이어지고,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매화가 피어나는 애니메이션과 사진이 클로즈업 되는 형식을 결합해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를 표현하고 있다.

4분쯤 지나면 국악연주와 함께 디지털 이미지 영상이 1분 10여초 나오고 그리고 해남군 로고와 함께 '미남 해남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 5분 7초경에는 'No Signal'이라는 영상 속 자막도 보인다. 홍보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적어본다.

첫째, 도입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여행의 시작이라는 자막과 함께 나오는 첫 번째 배경사진은 왜 하필하면 진도대교 사진일까. 한반도 여행의 시작이라면 삼천리 금수강산 한반도의 시작점인 땅끝탑이라든지 한반도 모양의 땅끝 영상이 적합했을 터이다.

둘째, 사계를 소개하는 영상중에 "봄 美南 해남의 아름다움을 당신에게, 여름 迷南 시원한 매력을 당신에게, 가을 味南 맛있는 건강을 당신에게, 겨울 尾南 새로운 시작을 당신에게"라는 자막이 흘러나온다.

'미남(迷南)을 왜 고집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혹할 미(迷)가 갖는 의미는 헷갈리다, 판단이 흐리다, 길을 잃어 헤메다, 혹하다, 정신이 빠지다, 어리석고 둔하다, 흐트러지다, 그르치다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90%라면 호리다, 유혹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마저도 홀리기는 홀리는데 나쁜 방향으로 홀리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미혹(迷惑) 이라는 말은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가에 홀림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종교적으로도 미혹이라는 말은 올바른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삿됨을 의미한다. 미신, 미망, 미상, 미집 등이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용어들이다.

담당부서에 차라리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는 의미로 수수께끼 미(謎)를 쓰는게 더 낫지 않을까 제안한 적이 있다. 검토해 보겠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해남홍보 영상에는 '왜?'가 부족하다. 영상을 보고 많고 많은 관광지 중에 왜 해남인가 왜 해남을 가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이 부족하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세상사 모든 것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한다"고 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거나 만들어 이야기 형태로 전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해남에 한번 와보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해남이야기는 재미있게 말로 할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는 핵심이미지를 만들어 강조하는 영상이 호소력이 있다.

해남 홍보영상을 누가 제작하고 얼마나 비용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계획을 세워 대학생들이나 크리에이터 들 대상으로 공모전을 했더라면 홍보효과도 있고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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