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농촌은 계속 말라간다. 그 중에 더욱 걱정인 건 읍보다 면이 더욱 빠르게 말라간다는 사실이다. 흉가로 변해 쓰러져가는 빈집들도 읍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고 면소재지라도 밤 9시만 넘으면 사람 발길 끊어지고 깜깜해진다. 진즉부터 출향인구 비율이 읍보다는 면이 높았던 건 사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근간엔 면에서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이 거처를 읍내로 옮겨 출퇴근 농사를 하기도 한단다.

몇 남지도 않은 면의 젊은 사람 중에 한 가구가 읍으로 거처를 옮기면 면에 사는 나머지 젊은 농민들도 흔들린다. 자녀들 가르치는 문제, 학교 때문이다. 한 학년에 몇 명에 불과한 학교, 작은 학교에 자식들을 보낸다는 게 순탄치도 않고 믿음이 가지도 않아서다. 그걸 지켜보는 이들도 사정을 잘 알기에 이웃들을 보면서도 이를 말리거나 붙잡지도 못한다.

마을이 줄어들어서 학교가 없어지고, 학교가 없어지니 마을도 사라진다는 악순환이 오래도록 진행되었다. 수많은 학교가 폐교되었고 마을은 노인 몇이나 남은 경우도 많다. 이제 면단위 마을이건 학교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퍼진다. 여기서 끝나면 모든 게 끝이라는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선다. 한번 없어진 학교를 다시 살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도 없는 마을에 사람들이 살러 오리라 기대하는 건 더욱 불가능하니 학교 없이 마을 살리기는 또 불가능하다.

서로 꼬리를 무는 이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불가능하고 답답해보여도 마을과 학교를 동시에 살려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학교와 마을을 연결시켜야 한다. 학교는 마을에, 마을은 학교에 손을 내밀고 마침내 붙잡아야 한다. 그 상부단위인 교육청과 군청도 손을 잡아야 한다. 한 식구처럼 굳게 손을 잡아도 '학교-마을'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외 다른 방법은 없다.

지금껏 학교와 마을은 서로 못 본체 하고 살았다. 명확하게 경계를 긋는 것이 당연하다고만 여겼다. 학교는 마을이, 마을은 학교가 늘 불만이었지만 서로 아무런 관계맺음도 요구도 없이 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군청과 교육청 간의 분명한 역할경계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이 경계들을 무너뜨리고 관과 민과 학교가 힘을 모으는 틀이 마을교육공동체다. 관도 학교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하고 학교도 마을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20여년 전부터 작은 학교를 살려야한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세상은 거꾸로만 흘러갔었다. 너무나 때늦었지만 이마저도 교육과 마을을 보는 흐름이 바뀌어서야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교육부, 도교육청은 작은 학교는 운영에 돈만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앞세우면서 시골의 작은 학교를 없애는 데 온갖 짓을 다 했다. 폐교를 더 많이 시킨 교육감을 장려하고 그만큼 지원금을 내려보냈다. 여기에 호응한 전임 교육감들은 학교 줄이기에 발 벗고 뛰었고, 그걸 자랑이라고 나팔 불고 다녔다. 군은 남의 일이라고 손 놓고 있었고.

이제 정부도 바뀌고 교육감들이 대거 바뀌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에 힘을 싣고 있고 자치단체장들도 학교를 살리는 일과 마을을 살리는 일이 함께 가야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기 시작했다. 너무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학교도 주민들도 나서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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