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고 학과 폐지 위기까지
해남공고 장기적 대안 필요

▲ 신안 안좌고는 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 의견수렴은 물론 컨설팅 작업을 통해 부사관과로 학과개편을 추진했다.
▲ 신안 안좌고는 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 의견수렴은 물론 컨설팅 작업을 통해 부사관과로 학과개편을 추진했다.
▲ 고흥산업과학고는 드론학과 학생들을 위해 현장전문가를 초빙해 주기적으로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 고흥산업과학고는 드론학과 학생들을 위해 현장전문가를 초빙해 주기적으로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해 해남교육은 해남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다. 그러나 해남교육과 관련해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학생 수 감소와 고등학교 신입생 미달 사태, 해남읍과 해남동초 집중화 문제, 지지부진한 교육정책과 청소년 복지 문제도 그것이다. 저출생 여파와 농어촌 소규모 학교라는 한계도 있지만 미래의 해남교육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 싣는 순서|

1. 반복되는 신입생 미달 사태, 학과개편이 답이다
2. 학생 수 감소, 바라만 볼 것인가?
3. 해남읍·동초 집중화, 불균형의 또 다른 그림자
4. 교육정책, 청소년 복지 이렇게 가야 한다
5. '2020 해남교육, 다시 일어서야 한다' 토론회

 

해마다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송지고등학교는 자칫 학급 폐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2020학년도 일반고와 일반계열 신입생 모집을 마감했더니 보통과 1학급 22명 모집에 8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보통과의 경우 지난 2019학년도에서도 10명 지원으로 전라남도교육청의 고등학교 학급 편성 기준(최소인원 12명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 특성화계열인 경영정보과도 사정은 비슷해서 1학급 22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12명이 지원해 정원의 55%에 그쳤다.

특성화계열과 일반계열 모두 최근 5년 연속 미달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보통과를 중심으로 학급 편성 기준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학과개편 등 적극적인 대안마련 또한 부족했다.

해남공고는 이번에 잠시 한숨을 돌렸다. 2020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결과 여전히 미달사태가 빚어졌지만 2019학년도 보다 신입생 지원이 무려 50여명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다.

5개 학과에서 9학급 198명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166명이 지원해 정원의 84%를 채웠는데 이는 2019학년도 충원율 55%와 비교하면 신입생 지원이 크게 는 것이다. 다양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향 추세에서 잠시 반등한 것일 수 있어 장기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위기 다른 지역 학교들
학과 개편으로 탈출구 찾아

신안 안좌도에 있는 안좌고등학교. 섬이라는 한계 때문에 전교생이 50여명 규모에 불과하다. 신기하게도 이 학교는 송지고와 같은 체제로 일반계열로 보통과, 특성화계열로 경영정보과를 두고 있다. 두 계열 모두 미달 사태가 계속돼 왔는데 특히 경영정보과의 경우 재학생이 1학년 4명, 2학년 4명, 3학년 9명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 측은 계속되는 미달 사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여 전부터 학과개편 카드를 꺼내들었고 경영정보과를 부사관과로 개편해 2018년 교육부의 학과 재구조화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2020학년도부터 부사관과 신입생을 뽑을 수 있게 됐다. 결과는 일단 성공이다. 1학급 22명 모집에 22명이 지원했는데 체력평가와 면접을 거치면서 19명을 모집했다.

김영복 교장은 "학과개편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오게 만들지를 고민했고 학생들이 졸업할 때 취업문제와 어떤 학과가 미래 전망이 밝은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교직원과 학생, 동문회의 동의를 받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민들의 의견수렴과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거쳐 학과개편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김영복 교장은 또 "학과개편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가만히 침몰하는 것 보다는 낫다. 해남에서도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며 하게 된다면 경찰행정 등 직업 명칭이 부각되는 과로 개편을 해 학생들이 찾아오게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흥산업과학고등학교는 같은 이유로 학과 개편을 추진해 기존에 미디어정보과 2학급을 없애고 전국 최초로 드론산업과로 학과를 개편했다. 세계적인 추세가 4차산업과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있고 고흥이 아무데서나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드론특구이자 우주항공타운이라는 점을 고려해 드론학과를 선택했다.

변화에 대한 성공은 놀라웠다. 해마다 미달사태를 빚었지만 드론산업과로 학과를 개편하면서 2017학년도에 2학급 50명 정원을 모두 채운 것을 비롯해 3년 연속 신입생 충원률 100%를 달성했다.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이 외지에서 지원하며 인구 증가의 효과까지 낳고 있다. 또 올 1월 첫 졸업생의 경우 모두 취업처와 진학처가 확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여기에는 고흥군의 대대적인 지원이 한몫을 했다. 학과 개편에 적극적인 지원과 의사를 밝히며 학과 개편의 한 축을 담당했고 지난 3년 동안 매년 1억원씩을 학교에 지원했다. 전국적인 우수고교로 육성하기 위해 군이 나서 교육발전기금과 드론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고 드론산업 기업체 유치는 물론 드론분야 업체와 우수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종렬 교장은 "학과개편을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는 물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살기 때문이다. 해남의 경우 농군이고 농업용 방제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에 드론학과로 개편도 고려할 만 하다. 학과개편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해남공고는 3년 전 드론학과 개설을 추진했었다. 당시 교장이었던 A 씨는 "고흥산업과학고보다 먼저 준비했었는데 학과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교직원 동의도 얻지 못했고 특히 군수 부재로 부군수 대행체제다 보니 해남군의 관심이나 지원도 없었고 지역사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전국 최초의 드론학과 개설은 고흥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전라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남지역에서 학과 재구조화와 학과 증설 등을 통해 학과개편을 추진한 학교는 2016년 7개 학교, 2017년 5개 학교, 2018년 3개 학교, 2019년 8개 학교 등 모두 23개 학교에 이른다. 새롭게 개편된 학과는 드론산업과를 비롯해 호텔서비스과, 친환경원예경영과, 토탈뷰티과, 방송영상과, 관광레저과, 부사관과, IT경영과, 스마트팜과, 반려동물과 등 다양하다. 대부분이 4차 산업혁명시대와 산업수요에 맞춤형 학과로 개편했고 지역특성을 살리고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학과 개편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학급 폐지 위기를 겪고 있는 송지고는 보통과와 경영정보과가 있고 해남공고는 건축과, 기계과, 전기과, 전자과, 화공과를 두고 있다.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초기에 도입된 시스템 그대로이다.

학교 역사와 전통 그리고 뿌리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돼야 하지만 현재 미래전략에 필요한 4차산업과 학과가 어울리는지, 지역특성이나 지역전략산업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특색있는 학과인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른 지역 사례를 보듯 해마다 반복되는 신입생 미달 사태는 학과개편을 통해 풀어야 하며 이것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가 함께 나서야 할 문제이다.

전라남도교육청 김정선 장학관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특히 뿌리산업과 4차산업을 결합시켜 기계과를 스마트 설비과나 스마트 팩토리과로 이름만 바꿔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며 "찾아오는 학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해남군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를 통해 차근차근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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