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상(전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2020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우리 땅끝해남에서는 2000년 뉴밀레니엄의 새해보다 더 많은 의미와 설레임을 갖고 있다. 희망 그 자체다. 바로 '2020해남방문의해'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해남관광은 얘기를 꺼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름대로는 땅끝관광지부터 고산유적지, 대흥사를 포함한 두륜산도립공원, 우수영, 우항리공룡유적지 등 내세울게 많다고 자부해 왔지만 관광마인드, 관광정책, 관광프로그램에서 타 시군과의 무한경쟁에서 밀려났다.

如逆水行舟 不進即退(여역수행주 부진즉퇴)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과 같다는 말이 꼭 '학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에서는 '관광'에도 적용된다. 해남군이 주춤하는 사이 인근 시군이 치고 나갔기 때문에 뒤쳐졌다는 얘기다.

만시지탄이지만 문화관광과를 분리해서 관광과를 뒀고 '달마고도' 등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던 중 '2020해남방문의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이 프로젝트의 성격상 우선 선언적인 의미의 선포식과 선점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고흥군이 '2020고흥방문의해'를 선포했고 '2020대구경북관광의해'도 선포됐다. 그나마 다행이다. '2020'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드를 내세워 여기저기서 시작했다면 해남의 경쟁력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근 진도가 함께 했다면 '송가인 효과'와 '진도 솔비치'로 진도가 가라앉을 정도로 방문객이 늘고 있으니 말이다.

일부 군민들은 '2020해남방문의해'가 선급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손님을 초대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그 지적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있어야할까. 그냥 초대장 먼저 보내놓고 손님맞이 대청소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한해만 보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현관 군수의 신년사에서 알 수 있다. '해남 관광부흥의 원년'이라는 키워드다. 그만큼 절박했다고 볼 수 있다.

어설픈 로고와 슬로건도 말이 많다. 2020 때문에 gogo가 9090이 된 것이다. 다행히 연말을 앞두고 대한항공이 필기체 2020을 필기체 gogo로 그리는 동영상 CF를 내보내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서체 하나하나에도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해프닝이다. 변형로고를 고민해야하지 않을까싶다.

관광은 숫자로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매년 공개한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가 그것이다. 해남군은 2017년 가학산자연휴양림, 고산윤선도유적지, 두륜미로파크, 땅끝관광지, 우수영, 우항리공룡박물관 등 6개소였으나 2018년부터 대흥사,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미황사&달마고도 등 3개소가 추가됐다. 집계지점을 늘림으로써 전체적인 관광객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집계지점 기준으로는 2017년 43만1510명에서 2018년 35만1269명으로 오히려 감소한 상황이다. 대흥사가 추가됐으며 최근에 전국 인기 방문지로 급부상한 미황사와 달마고도가 해남방문객 숫자를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만 분석해 보더라도 신규 관광객 유입 및 기존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그 원인은 최근 관광트렌드에 부합하는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최근 관광트렌드는 기존의 관광버스여행이 아니라 먹거리와 체험 위주의 활동이 주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이 SNS로 퍼져나가 새로운 관광객의 유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 것이다.

관광은 관주도로만 성공할 수 없다. 지난해 해남미남축제를 성공적으로 시작한 저력을 바탕으로 이제 군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2020해남방문의해'의 성공 여부는 해남군민들의 자존심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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