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란(사회복지사)
덜커덩거리는 방아 소리는
곤히 잠든 지 오래고
소쩍새 울음으로 자장가를 삼던
보름달이 대낮 같은 밤,
별들은 춥다고 총총걸음으로
나보다 먼저 돌아서고
찬바람만 쌩하게 내 몸을 감쌀 때야
아버지의 18번이
바람을 타고 동네 골목을 돌아오면
홍조 띤 보름달이 '잿등' 위에서 웃는다
눈 감으면, 바람을 타고
'소양강 처녀'는 귓전에 가득한데
'잿등'의 방앗간은 돌 줄을 모른다
'소양강 처녀'는 떠나고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추억
연어들이 돌아오는 날 '잿등'에는
보름달은 피어나고
메아리만 한가슴 가득하겠지
*잿등 : 동네 언저리에 높은 곳의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