卅(서른 삽)은 30을 나타내는 한자이다. 十자 세 개가 중첩된 것이다. 설문해자에서는 세(世)는 삽(卅)자를 잡아 늘린 형태로 구성되었다고 했다(世 三十年爲一世 从卅而曳長之). 아버지-아들-손자 간을 이르는 일세(一世)는 삼십년이다.

1세는 30년이지만 요즘은 10년 상간에도 세대차이가 생겨나고 이제는 쌍둥이간에도 세대차이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은 급변해간다.

지난 30년간 우리사회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예측으로는 21세기가 되면 재택근무가 확산 될거라고 했지만 지금 세태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도시생활이 각박하다지만 사람들은 도시생활의 복잡함 속에서 얻어지는 편익을 찾아 도시로 도시로 몰려간다. 지역에서는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후계세대를 양성해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도 벅찬 일이 되고 있다.

1989년 세계기업 시가총액순위표는 일본판이었다. NTT와 일본금융그룹들이 상위 10위중 7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히타치, 파나소닉, 소니, 후지쯔, 샤프, 산요등 제조기업들이 세계 굴지 우량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2019년 세계 기업시가총액순위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 상위5개를 미국기업이 독식하고 10위권 내에는 중국기업 알리바바와 탄젠트와 같은 IT기업 외에는 모두 미국기업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산업구조가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IT 관련 무형의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 제조업이나 금융업을 압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가 17위에 올라있다. 순익으로 따지면 100대 기업중 Top3에 드는 견고함을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정보통신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제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서울본사-지방공장이라는 대기업 분업체제도 저물고 지역은 쇠락하고 생활이점이나 효율성 때문에 메가시티화 하거나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는 신도시를 새롭게 구축하는 전략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이 형성되고 중소도시나 지방은 갈수록 쇠락하는 현상은 산업구조 변화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올해로 해남신문은 창간30주년을 맞는다. 1990년 민주화와 지방자치 욕구가 분출하던 시대정신의 총아로 태어난 해남신문이 30년이 흐른 지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는 정말로 많은 고뇌가 필요하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포스 신화'에서 서른 살은 시간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기 때문에 한 사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인간을 지탱하는 척추뼈는 30개이고, 공자는 30이면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소동파의 싯귀가 떠오른다.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불식여산진면목 지연신재차산중)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단지 내 몸만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

소동파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산이라는 공간범위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 지나가고 세상은 거침없이 변해가는데 내 몸과 생각은 특정 공간, 시간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가?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