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것이 '52고래'다. 북태평양 일대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불리운다.

고래들이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주파수는 12~25Hz이고 대왕고래는 30Hz 주파수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이 고래는 대왕고래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51.75Hz로 다른 고래들과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소리는 한 개체가 내는 것으로 포착되었지만 실체가 확인이 안된 베일에 쌓인 존재다. 미국에서는 52고래를 찾기 위해 펀딩을 통한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수께기 같은 존재인 52고래는 정말 가장 외로운 존재인지 아니면 나 홀로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 노년기 4가지 괴로움으로 꼽히는 것도 빈곤, 질병, 외로움과 역할상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이 외로움에 사무치면 자기 그림자라도 부여잡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회가 변화되면서 인간관계가 느슨해지고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혼밥, 혼술, 혼자하는 삶에 익숙하고 집에서 혼자하는 활동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조직생활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노동 속 소외로 인한 외로움으로 마음이 아프고, 몸이 지치고 병들어 점점 고통을 받고 있다.

어찌보면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것 보다 타인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눈치 채이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SNS상에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유능함이 넘쳐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할수록 외로움은 증폭된다. 외로움은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모임을 만들거나 관계맺기를 시도한다. 그럴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 더욱더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고독은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옛날에 선비가 외딴 곳에 은거하여 몸을 닦고 마음을 다스려 출사는 하지 않았으나 덕과 재능을 겸비하여 매우 존경을 받는 사람을 '학명지사(鶴鳴志士)'라 부르고 지식인의 고독을 '학고(鶴孤)'라 했다. 20세기 독일태생 미국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폴 틸리히는 '외로움(Loneliness)'은 '홀로 있는 괴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인 반면 '고독(Solitude)'은 '홀로 있는 영광'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라고 말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기도나 명상을 통해 마음의 혼돈상태를 관찰하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마음속에 존재하는 불안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속 근원적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열고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스갯소리로 석사, 박사보다 한 급 위가 '밥사'라던데 해가 가기 전에 주변에 힘든 이들과 함께 밥이라도 먹으며 마음 속 외로움을 털어놓고 들어주는 용기를 내는 것도 큰 힘이 된다.

한 해 동안 해남신문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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