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우리 아파트는 36세대 작은 아파트인데 폐건전지, 폐형광등, 종이팩 등의 수거율 증대를 위해 해남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활용품을 생활용품으로 교환해드려요'라는 캠페인에 작년 여름부터 참여하고 있다.

올해 종이팩으로 교환해 온 화장지는 25롤과 종량제 봉투 15장이었고 폐건전지로는 종량제 봉투 56장을 받아왔다. 화장지는 아파트작은 음악회와 삼겹살 파티 때 사용했고 종량제봉투는 세대 당 두 장씩 나눴다.

이 캠페인은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을 요구한다. 폐건전지나 폐형광등은 따로따로 수거함에 넣고 종이팩도 따로 분리수거해야 한다.

모인 폐건전지와 폐형광등은 그냥 읍사무소에 갖다 주면 되니 손이 덜 가기도 하고 면적도 덜 차지한다. 하지만 종이팩은 잔여물이 남지 않게 씻어서 말린 후 펴서 가져가야한다.

요즘은 1000리터에는 플라스틱 마개를 달아 놓아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더더군다나 부피가 커서 좁은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는 수거된 종이팩을 마땅히 둘 데가 없어 층계참에 수북하게 쌓아 놓아야 한다. 큰 것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종이팩 분리수거는 수고에 비해서 돌아오는 보상은 정말 작다.

모은 종이팩을 무겁게 가져가면 받아서 들어주는 이도 없다. 고생했다고 환하게 웃어주며 격려하는 이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환대는커녕 받는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생활용품 받아 뒤돌아설 때마다 이젠 그만 하자고 결심하지만 오늘도 분리수거함에 모여 있는 종이팩을 꺼내 든다.

종이팩에는 비닐수지가 코팅되어 있어서 그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따로 분리 수거되지 않으면 매립되거나 소각되어서 재활용률이 낮다. 종이팩은 천연 펄프를 100% 수입해서 만드는데 7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수고스럽다고, 사서 받는 푸대접이 싫다고 폐지함에 종이팩을 마구 던져 넣을 수 있겠는가?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를 위해서 번거롭고 작아도 생활 속 실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뿌옇게 미세먼지로 뒤덮인 회색하늘로 우울했던 며칠 전, 친구가 '아침에 이러나서 밭에 가 보면/곷치 피고 파란 잎이 팔랑팔랑 하는데/저도 나를 보고 나도 저를 보고/얼마나 사랑서럽고 감사한지 몰라요/'(송문자/칠곡)라는 시를 보냈다.

시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따라서 쓰기도 쉬웠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러나서 하늘을 보면/ 멀리 물안개 올라오는 저수지가 있는 마을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기분이 좋아요. 미세먼지가 없어서/미세먼지는 내가 편하고 풍요롭게 산 벌이예요./우리 애들이 테레비에 나오는 방독면 쓴 우주인이 되면 어떡하죠?/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한지 몰라요/'라고 써서 보냈다. 그랬더니 친구는 '삶의 자리에서 가능한 한 실천하려고 노력하렵니다. 쓰레기 분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만이라도'라는 답글을 보냈다.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을 예상한다는 글을 덧붙여서.

우리 아이들이 '청정 해남 얼마나 사랑스럽고 해남에 살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라며 웃을 수 있게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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