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시인)

 
 

도시의 모퉁이에 옷깃을 세운 채 움츠리고 걷고 있을 그대여, 정호승 시인의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를 읊조려보았나요?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단 한 번도 술을 사지 않는다는 시인의 관조가 참 아픕니다. 그대는 혹시 한 잔 얻어 마셔 보았나요?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하였지요. '도시가 내게 술 한 잔 산 적 있을까?' 인생 대신 도시를 넣어보았죠. 그랬더니 딱 내 맘 같지 뭡니까. 그런 연유로 건방을 무릅쓰고 그대에게 이 글을 띄웁니다.

도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어떤 장치가 남았을까요? 북적이는 유흥과 줄달음치는 성공이 우리를 붙잡지만, 늘 뒷날의 숙취와 빌딩숲 뒤로 멀어지는 그 허탈한 성공을 바라보게 되죠. 숙명인가 하다가도 '아닐 거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의 영특하지 못함과 노력부족을 탓하고 말죠. 그런데 그대가 삶의 방향을 조금만 튼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수도 있죠. 물론 새로운 날들에 대한 그대의 마음준비가 필요하겠지만요. 그 방향은 시골이고 그곳 풍경과 정취가 주는 낭만은 덤이죠.

지하철이 없어 조금은 불편하고, 대규모 복합문화관이 없어 화려한 도시풍의 유희를 즐기기엔 역부족이죠.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전등이 뿜어내는 휘황찬란한 야경을 내려다보아야 한다면, 그대는 도시에 머물러야 하죠. 빌딩숲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면 그대는 여전히 그곳에 살아야 하죠. 그 속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인내할 수 있고, 내일 하루를 벌어야 할 새벽 일자리에 만족한다면 그대는 도시에 맞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예요, 가끔 자신에게 철학적 질문(일테면 '나의 꿈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내 아이들도 꿈꾸고 행복해 할까?)을 던지게 된다면 오늘 서점으로 달려가 보길 권합니다. 시집이든 인문서적이든 한 권을 그 안에서 읽어보기 바랍니다. 아마도 나올 때 그대 손에 행복이란 단어가 담긴 책이 한 권 들려 있지는 않을까요? 만약 그런 경험을 하였다면 주말에 근처 시골에라도 나가보시면 어떨까요?

시골에도 그대 같은 사람이 산답니다. 나름 괜찮은 사람도 많지요. 요즘 시골이란 공간에는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와 문화가 준비되고 있죠. 허름해 보여도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 같은 사업장들이 있고, 그런 사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사람들도 있지요. 종종 도시에나 있을 법한 단체들도 있고, 마을교육공동체 같은 마을과 함께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물론 다수는 농사를 하지요.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자는 아니지만 목수들도 있고,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작은 문화공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아이들은 친구네 마을에서 어른들과 놀기도 하고, 산과 들을 쏘다니며 자연을 닮아가기도 하죠.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들과 고향을 만들죠. 아이들은 도시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거미줄을 넘나드는 자유와 평화를 체득하죠. 그것은 그 자신의 삶이 되고 마을과 더불어 미래가 되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겠죠. 그런데 말예요, 여전히 도시가 주는 불안과 두려움이 그대 안을 채우고 있다면 그대 한번 크게 흔들려 보세요. 길들여진 삶에서 일탈해 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혹시나 꿈꿀 여력이나 공간을 잃어버렸다면, 도시의 그대여 망설이지 말아요. 저 도시가 그대의 꿈을 훔쳐 저렇게 거대해졌다면 그대의 일탈은 또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요? 여전히 저 도시에게 그대를 의탁하려 한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미리 살아본 시골뜨기로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네요.

'내 삶'으로 눈길을 돌리세요. 도시가 내어주는 물질이 삶의 질을 높여줄 거라는 것은 누군가가 강요하는 거짓말. 도시는 인간을 소비하고 배설하지요. 용기를 내어 이제는 도시를 떠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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