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 심포지엄 지상 중계>

최근 '사회적 농업'이라는 용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019년 현재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의 보조금 사업을 전국  18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회적 농업 정책 중장기 로드맵' 을 발표한 바있다.
사회적 농업은 과연 무엇인가? 추구하는 바가 우리농촌에서 가능한가? 라는 물음에 대한 모색으로 2019년 11월 15일 목포대학교 복지사회연구소에서 주최한 '농촌에서의 도전:농업과 사회복지의 만남' 이라는 학술심포지엄 주제발표와 사례발표 내용을 2회에 걸쳐 요약하여 전제한다.

 

■ 주제 발표자 : 김정섭(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장)

- 사회적 농업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회적 농업이라는 실천이 '농업'과 '사회서비스'가 결합된 혼종성(Hybridity)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 있다. 사회적 농업이란 용어는 이탈리아에서 기원했다. 주로 이탈리아 도시에서 활발했던 사회적 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 실천이 1990년대 중반에는 농촌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5년 이탈리아 농촌 지역에 571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농축산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그런 실천을 두고 사회적 농업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유럽 전역에 걸쳐 확산된 일종의 운동이었는데,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생산 활동의 목표를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게 만듦으로써 다기능 농업 활동을 강조하려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퍼져나갔다. '사회적 농업' 개념은 국가에 따라, 논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배제에 대응하려는 농업 실천이라는 공통 경향을 지닌다. 달리 말하자면, 사회적 농업이란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통합하는 데 기여하는 농업 실천'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을 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농민이 공생원조하는 것이다.

▲ 목포대학교 복지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농촌에서의 도전 : 농업과 사회복지의 만남'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 목포대학교 복지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농촌에서의 도전 : 농업과 사회복지의 만남'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 사회적 농업은 왜 필요한가

한국에는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인구집단이 숱하게 많다. 노인·여성·아동·빈곤층·외국인·장애인 등 수많은 사회적 배제 집단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지적·자폐·정신 장애 등을 겪는 장애인은 전형적인 사회적 배제 현상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사적인 인간관계에 포함되지 못하는 배제, 경제활동 기회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참여하더라도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배제, 돌봄이나 이동 같은 생활상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배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배제 등등 그 사례를 낱낱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제가 만난 사람들 중 자녀가 지적 장애인인 부모들이 더러 하는 말이 있다. "내 소원은 자식이 죽는 날까지 살아서 돌보다가, 그 다음날에 나도 죽는 것이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매우 어렵고, 특히 취직하거나 창업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지적 장애인을 그 가족 말고는 돌보는 이가 없기 때문에 나오는 탄식이다. 비록, 중증 장애인의 경우 이른바 '시설'이 수용해 돌보기도 하고, 학교에 다닐 연령대의 지적 장애인은 학교에서 '돌봄반(특수학급)' 교사가 돌보기도 하지만 그 한계는 명확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을 구할 수 있는가? 경제활동 기회에 대한 접근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장애로 인해 일상적인 관계망에 충분히 편입되지 못한 경험은 심리적·사회적 발달을 지연시킨다. 지적 장애 어린이나 청소년의 정서적 미숙이나 과소사회화(Under-Socialization)는 지적 장애 그 자체보다는 지적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적·물질적 환경 조건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현실은 농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직업이나 사회적 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령, 지적 장애인이 독립 또는 반(半) 독립 상태로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요즘 도시 지역에서는 사회적 경제 운동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펼쳐진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바리스타 등의 직업 교육을 이수하게 돕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수준의 직업능력을 익혀 도시의 제조업체나 자영업체에 취직할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농촌은? 농촌 지역 자체가 사회적으로 배제된 공간 아니던가? 취직할 업체의 절대 수 자체가 부족하다.

그러나 농촌에는 농장이 많다. 도시에서 기본적인 사적 인간관계 구조는 취약하지만 인위적이긴 하더라도 장애인들이 서로 만나거나 장애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농촌에 비해 현저하게 많다. 장애인과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는 직능단체나 시민단체가 많기 때문이다. 농촌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농촌에 숱하게 흩어져 있는 농장들은 사실 그 자체가 농민들과 지역사회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관계성의 장소이다. 게다가 동식물과 인간의 관계까지 형성되는 장소이다.

- 사회적 농업의 출현은 농업·농촌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돌봄농업이나 교육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 범죄나 재난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을 위한 돌봄과 치유농업, 교육목적의 농업활동 외에도 자본이나 기술,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멱여주고 재워주며, 농사 지을 수 있도록 돕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농업에 속한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에 나오듯이 "한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이는 지역에서 어울려 사는 삶과 일상을 노래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농업 개방으로 농촌은 매우 살기 어려워졌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농민들에게 왜 농사를 짓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의 답이 "먹고 살려고"이다. 농사는 경제적의미 뿐만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사는 삶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을 소재로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농민들이 참여 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관계를 확장하고 사회적 관계를 공고히 해나가는 것이다.

오늘 사례발표한 홍성 행복농장이 젊은협업농장을 비롯한 지역사회 조직 협력 연결망을 통해 사회통합이라는 기본목적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적 농업은 전문화로 인한 폐쇄성을 극복하고 분업으로 인한 소통부재에서 벗어나 소통과 만남, 경계를 허무는 실천, 협동을 통해서 전통을 현대에 맞게 계승해 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농업 실천사례발표>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복농장

 

 
 

2013년 "농업과 돌봄, 마을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어 정신장애인 돌봄프로그램을 운영해오다 2016년 협동조합으로 등록하여 2018년부터 농림부 사회적농업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행복농장'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료 및 교육기관 마을, 농민이 참여하여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설하우스 250평 총 4개동에서 애플민트를 비롯한 각종 허브와 꽃모종을 생산하여 직거래 및 허브가공 및 홍성유기농 영농조합, 지역장터에서 유통 판매하고 있다.

행복농장은 자연구시(自然求是) 즉 만성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농업활동을 바탕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자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행복농장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 행복농장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돌보는 농부학교는 군내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꼬마농부학교는 장곡초등학교 특수학급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농업에 관한 세미나와 연구책자 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모임과 정신건강 학술대회, 사회적농업관련 홍보활동, 강의를 통해 사회적 농업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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