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주에서 열린 지역신문협회 연말 송년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말이 송년모임이지 '묻지마 시상식 잔치'였다. 지역신문사들이 자기 지역 정치인을 추천하면 이런 저런 명목으로 상을 준다. 그날 시상식을 보면서 지역언론 종사자로서 '지역신문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수상자는 수상 사실을 여기저기 확대 재생산하여 자기 가치를 부풀리고, 지역언론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정치인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한 인터넷 언론사가 시상하는 대상을 지역민이 수상했다. 보도를 어느 수준에서 해야 하나 정하기 위해 상의 비중과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 상을 시상하는 주관단체와 선정 과정을 파악하다 유튜브에서 해당 시상식 영상을 보게 되었다. 수상자는 분야별로 29명으로 상장에 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어 주고 꽃다발 증정, 사진 촬영 순으로 1인당 시상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선정해서 이 사람을 시상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확인할 수 없었다. 하도 상을 많이 주다보니 수상자 이름이 틀려 나중에 상장을 바꿔주겠다 하기도 했다. 시상식 장면을 보니 '대한민국 ○○○ 대상'이라는 타이틀과는 차이가 너무 커 고민하다 결국 신문 지면에 보도 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신문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국 243개 지자체 및 339개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에 의하면 "총 212개 기관(지자체 121개·공공기관 91개)이 최근 5년간 언론사 또는 민간단체 주관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93억 19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신문사가 주최한 시상식이 '돈 주고 상 받기' 병폐의 온상인 건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돈을 내고 상을 받은 공공기관과 지자체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정작 돈을 받고 상을 남발한 언론기관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동종업계라 봐주는건지 나름 노력을 해 취재보도를 하고는 정작 중요한 사실은 유야무야해버려 보도의 진정성이 훼손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해당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등이었다. 신문사 지명도가 높은 언론들이 회사 수익 사업 일환으로 상을 남발하는 격이었고, 중앙 유수언론사 뿐만 아니라 지명도 낮은 인터넷 언론, 사설단체까지 수여하는 상들로 넘쳐났다. 공적조서에 의한 공정한 공적심사도 없이 수상자를 신청받아 상을 준 것이다. 수상 이면에는 심사비·광고비·홍보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내거나 인터뷰나 기사가 실린 출판물을 대량으로 사주는 반대급부가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오는 언론사와 관계 유지를 외면할 수 없는데다 단체장이나 공공기관장이 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리면 단체장 치적이나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어 국민 혈세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변명한다. 상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내가면서 상을 타는 것은 무언가 그만큼 효용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그것이 평가되어 상을 받는 일은 좋은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이상한 상 주고받기'는 근절되어야 할 폐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