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학자 '탕쥔이(唐君毅)'는 서양은 '사다리식 직선적 우주관'이라면, 중국인 우주는 순환론에 입각한 '동그라미 형태의 우주'라고 말했다.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궁변통구(窮變通久)'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구즉궁(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久則窮)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통하면 오래 가고, 오래 가면 다시 궁해진다" 라는 말을 축약한 것으로 순환론적 우주관을 보여준다.

'궁변통구'는 인간 삶의 진리이며, 이 말의 핵심은 변화로 사물이 극에 달하고 궁할 때는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발전해나간다는 토인비의 말이나, 헤겔이 말한 정(正:These), 반(反:Antithese), 합(合:Synthese), 즉 변증법 역시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 하기에 타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변화에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외딴 시골을 걸으며 여행하는데, 길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깨지고 조각난 돌이 많아 발이 찔리고 아팠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나라의 모든 길을 소가죽으로 포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비단 자기만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명령을 실행하려면 나라의 모든 소를 죽인다 해도 가죽을 조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돈과 인력은 어찌하란 말인가? 모든 신하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속으로만 탄식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나서서 이견을 말하지 않을 때 총명한 하인이 나서며 "왕이시여, 두 발을 소가죽으로 감싸면 될 일을 어찌 그 많은 소를 희생시키고 많은 돈과 인력을 들이려 하십니까" 하고 간언했다. 왕은 놀라며 깨달음을 얻고 명령을 거두어 들였다. 중국어로 가죽으로 만든 신을 나타내는 단어인 '구두(皮鞋)'의 유래라고 한다.

전세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발을 감싸는 것' 즉, 먼저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벌과 파리를 같은 병에 넣고 출구와 반대 쪽인 병바닥을 빛이 비치는 창문 쪽으로 향하게 하면 살려고 하는 본능으로 벌과 파리가 목숨을 걸고 병 밖으로 날아가려고 한다. 꿀벌은 출구 쪽에 빛이 들어온다는 지식과 기억력 때문에 빛을 향해 돌진하느라 빠져나가지 못하지만 파리는 병 속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출구를 찾아나간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시대에 알고 있는 지식과 관행에 의존하지 말고 변통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가고, 오래 가면 다시 궁해지며 세상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하기에 지금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혹여 지금 상황이 좋다고해서 교만하지도 말라는 교훈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안전지대가 있기에 변화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는 도전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변화하는 고난의 시기를 건널 수 있다면 성장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고 미래를 향한 길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

삶에서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들 사이로 영원한 열정을 몰고 가는 자는 행복하여라. <앙드레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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