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신문이 기획한 'We are the Haenam' 행사가 지난달 26일 해남군민광장 야외공연장에서 종합공연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특정 단체만을 위한 공연이나 관 주도의 문화에서 벗어나 광장문화를 매개로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두가 즐기고 소통하는 새로운 공연무대였다는 반응과 함께 광장이라는 한계점도 드러내 지속화를 위해서는 더 나은 발전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해남 공연문화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4명의 주제 발제자가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지면을 통해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 발제자 : 한채철(해남생활음악협회 회장), 강판호(해남종합사회복지관 과장), 김민하(해남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윤정숙(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

 

"해남 공연문화, 군민광장 활성화에 답 있어요"

 

▲ 한채철(해남생활음악협회 회장)
▲ 한채철(해남생활음악협회 회장)

- 다양한 문화 공연 참여 기회 제공

올 한해 해남군민광장에서는 해남신문과 함께 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위 아 더 해남' 행사가 열렸고 해남문화예술동아리연합회 주최로 월요 음악회가 펼쳐졌다.

두 행사를 통해 모두 20여차례 공연이 실시됐고 이를 통해 광장이 군민 모두의 것이고 누구나 공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같은 광장문화를 통해 특정단체들을 위한 무대 그리고 보여주기식 행정 행사에서 벗어나 누구나 이용하고 즐기는 공간, 언제나 편하게 접하는 문화로 군민의 삶의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본다.

또 동호인들은 물론 설 자리가 부족했던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소외를 받고 있던 군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공연 참여의 기회가 제공됐다. 또한 문화예술활동의 생활화로 신청사 건립 이후 현재 군청이 이전하더라도 광장이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특히 광장문화를 통해 15개 동아리 팀이 참여해 통기타, 난타, 가야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문화를 선보였고 이와 곁들여 다양한 체험부스와 전통놀이 등이 펼쳐져 호응을 얻었다. 또 베트남 전통 춤과 라인댄스, 진도 북놀이 등 다양한 문화들을 접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 또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넘어서 프로나 잘하는 사람만 공연을 선보인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누구나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문화와 공연의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실제로 '위 아 더 해남' 마지막 행사 때 해남공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자청해서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며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그들도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표출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도 없었고 '우리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외면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문화에 참여한 해남 문화예술 동아리들은 이번 공연이 자칫 소홀하기 쉬운 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데 일조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연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청소년의 끼와 꿈, 광장문화에서도 가능합니다"

 

▲ 강판호(해남종합사회복지관 과장)
▲ 강판호(해남종합사회복지관 과장)

- 청소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안

도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의 특성상 대다수가 청소년 활동에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활성화하기 부족한 인프라와 청소년 활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여가문화생활을 향유하기 보다는 한정된 시간에 집에서 할 수 있는 SNS, 유튜브, 영화 감상,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소비한다. 이에 따라 관련 단체와 어른들이 나서서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스스로 참여하며 서로가 소통할 수 있도록 청소년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실제로 올해 해남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청소년 어울림마당 관람객 3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분석해보니 '청소년 활동 중에 가장 해보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7%가 '문화예술활동'을 꼽았다.

청소년 어울림마당을 통해 청소년들이 댄스와 밴드, 노래, 랩 축제 등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줬다고 평가한다. 또 해남 청소년들의 욕구와 의견을 반영해 추진한 해남군 청소년 한마당 축제에 대해서는 TV에서만 보는 연예인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밖에 청소년 동아리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과 대외 공연활동, 경연대회 참가 지원 등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공연에 한정적인 소재를 다양한 분야로 넓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민간기관과  컨소시엄을 통한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해남군 전체가 청소년 활동에 관심을 갖고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광장문화는 이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청소년 문화를 표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아 더 해남 이름으로 해남만의 광장문화 필요해요"

 

▲ 김민하(해남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김민하(해남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광장문화를 함께 한 소감과 과제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유명가수들이 해외 여러 장소를 돌며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TV프로그램을 통해 광장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정해진 무대 혹은 단상이 없이 누구나 노래하고 들어주는 구조. 높낮음 없이 군중들이 모여 누구나 이야기 하고 들어주는 소통의 장.

광장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뜻의 '아고라' 라고 하는 넓은 공간을  말했다. 아고라는 시민생활의 중심지로써 회의와 시민들의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됐다. 광장은 서구문화에서는 소통의 상징이었고 공개토론의 장이었다.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형성하며 고대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너도나도 거리로 뛰어나와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또한 광장문화의 한 단면이다. 결국 광장은 사람들간의 소통과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 아 더 해남'이라는 행사는 매우 뜻깊은 출발점에 서있다.  

지역사회 안에서 소외계층이 지역사회의 중심이라고 대변될 수 있는 광장에 나와 즐기고 물건을 나누며 공연의 관중으로서 혹은 공연의 주체자로서 참여할 수 있음을 알리고 해남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목소리를 내었다.

이제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불씨만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그 불씨를 다시 옮겨 심어 참여의 문화를 계속 이뤄내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키워나가야 한다. 1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공연단체와 민간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위 아 더 해남'이라는 네이밍을 그대로 활용해 시즌 2와 시즌 3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남만의 광장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민간단체의 힘만으로 벅차다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해남군에서 광장문화 활성화를 위한 예산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다문화가 함께 하는 판을 계속 만들어주세요"

 

▲ 윤정숙(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
▲ 윤정숙(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

- 문화의 다양성에서 바라 본 광장문화

특색이 각기 다른 기관이 연계를 통해 공연축제를 기획했고 다양한 내용의 볼거리와 체험거리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더 큰 효과를 마련할 수 있었다. 특히 5월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추진된 광장문화에서는 다문화 전통의상 체험부스가 인기가 좋았으며 의상을 입고 바로 옆 부스인 사진 인화 부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세계음식체험부스는 힘들었지만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시식코너도 마련돼 인기를 모았다. 또 베트남 음식인 '반새우'가 독특함과 맛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문화가족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됐다.

이런 행사와 함께 공연과 음악, 춤 등이 함께 했고 다양한 체험부스와 전통놀이 등이 함께 펼쳐져 좋은 문화가 된 것 같다. 특히 다문화 플릇 동아리의 플릇 연주와 다문화 여성들의 전통 춤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이 모든 행사에 다문화가족이 함께 했고 행사의 주체가 돼 참여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여성단체협의회와 해남교육지원청, 그리고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다문화 행사가 아닌 지역축제 한마당 형식으로 행사가 치러지며 다문화 인식개선은 물론 지역사회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 다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은 학교와 어린이집 등으로 한정돼 있다. 다문화가족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즐기고 그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른바 판을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그런 측면에서 광장문화는 다문화의 다양성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문화가족 스스로 공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인력이 동원되는 한계점을 안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 해남군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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