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농군인 해남은 넓은 농토에 다양한 작물들이 생산되고 있다. 전체인구 중 농업인구와 농업소득이 지역의 커다란 축으로 버텨오고 있다.

올해는 농사짓기 힘든 한해였다. 월동작물의 가격하락에 이어 가을장마와 잦은 강우, 연이어 해남을 할퀸 태풍까지 피해가 컸다. 작물들의 성숙기에 궂은 날씨가 이어져 상품성도 떨어졌다.

이제 겨우 아픔을 딛고 수확의 기쁨을 맛봐야할 농민들은 또 다른 큰 걱정거리를 떠안았다. 가뜩이나 수입농산물로 인한 저가경쟁이 심화되며 농업소득은 줄어드는데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을 겨우 막아주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소식은 농민들의 가슴을 때리는 일이 됐다.

정부는 지위 포기가 아닌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입농산물의 관세 하락이 예견돼 전체적인 농산물의 가격하락까지 이어 질 것이다. 또 농업보조금 총액도 줄어들게 된다.

농민들은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업을 홀대해오던 정부가 이제는 농업을 포기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바쁜 농번기인 이때 집회에 나서며 정부의 잘못된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해남에서도 농민단체들이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가구소득보다도 적다.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4207만원이었던 반면에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은 6417만원으로 2000만원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있다. 관세하락으로 무분별하게 수입농산물이 들어오면 전체 농산물 가격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는 농가소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함께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지난 4일 타결됐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호주·뉴질랜드·인도·일본이 참여하는 RCEP는 세계인구 절반, 전세계 GDP에 3분의 1을 차지하는 초대형 FTA이다.

특히 농업 강대국들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 농산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연이어 들리는 어두운 소식은 3번 연달아 불어온 태풍만큼이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하락에 큰 영향을 주는 수입농산물에 대응할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을 돌아보면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을 포기한다면 그 미래는 더욱더 어두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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