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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냄비시위
배충진 편집국장  |  cj-bae@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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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1  11: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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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시차가 12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인 남미대륙 칠레는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이고 칠레산 와인이나 홍어로 낯설지 않게 된 나라이다. 칠레에서 빈부격차 심화,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들어낸 공공서비스 부실화,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지하철 요금을 30페소(50원)인상이 기폭제가 되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많은 시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시위인 카세롤라소(Cacerolazo)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함과 시민의 힘으로 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이 시위로 인해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12월 25차 유엔 기후변화회의 개최가 무산되었다.

생전 한번 가보기 힘들 것 같은 이 나라에 관심을 가는 이유는 독재정치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등 여러모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칠레에서는 1970년 남미 최초로 자유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당이 정권을 획득한 칠레사회당 아옌데 민선정부를 1973년 육군참모총장이 이었던 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를 통해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았다. 그 배후에는 중남미에 사회주의 정권이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미국의 지원이 있었다.

피노체트는 미국 시카고학파 인맥을 대거 등용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했던 구리광산 민영화를 필두로, 전기와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를 경쟁과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시장에 내맡겼다.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는 훨씬 역사가 깊은 사회보험 역시 민영화를 추진했다. 건강과 교육 시스템에도 사적인 부담이 늘어났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 때 경제발전 모델의 전범(典範)처럼 보였지만 성장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으면서 상위 1%가 전체국민소득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심각한 양극화를 불러왔다. 민영화로 공공요금은 크게 올랐고 의료와 교육, 연금마저 민간에 맡겨져 한때 세계 최고 개혁사례로 꼽히던 연금은 민간운용사들의 과당광고, 경쟁으로 인해 기금이 고갈 직전에 놓여 있다.

피노체트는 악명 높은 17년 독재통치기간 중 3000명이상을 학살하고 수 만명의 국민을 고문했다. 동서냉전구도가 무너지면서 미국에 이용 가치가 사라지자 살기등등했던 군사정권은 국민의 힘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1990년 권좌에서 물러난 후 영국에서 요양하다 군부독재시기 독재를 비판한 스페인사람들을 탄압한 혐의로 인해 스페인 정부가 내린 국제수배령으로 인해 영국 사법당국에 체포되었다가 2000년 건강을 이유로 칠레로 귀국 가택 연금상태에 있다가 91세인 2006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피노체트는 반공주의, 신자유주의, 아메리카니즘을 신봉하는 우파들로 부터는 상찬을 받는 반면 국민들로 부터는 죄과를 치루지 않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행위 대한 비난이 거세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했던 일과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후예들이 이땅에서 누리고 있는 현실과 오버랩 된다.

신자유주의 만능이 불러온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층만의 국가, 부패하고 무능력한 기성정치 전반에 대한 심각한 반감이 불러온 칠레의 냄비시위가 남의 일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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