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진(즐거운 오감놀이터 우리들 놀꽃 대표)

 
 

어느 계절인들 중요하지 않은 계절은 없겠지만 가을만큼은 결과를 얻는 계절로 기대와 설렘, 풍요와 여유로움이 있는 중요한 계절인 것 같다. 농부는 봄부터 농사준비하고 뜨거운 여름에 지은 농사를 마무리하며 결실을 맺는 계절이고 사업가는 1년 사업의 결과와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며, 학생은 1년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학예회 및 발표회로 1년 동안 과정을 뽐내며 결과를 얻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싹이 틔일 때까지 물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싹이 나오면 혹시 벌레가 생기지 않을까 병에 걸리지 않을까 정성스레 돌보며 장마여도 걱정, 가뭄이어도 걱정, 태풍이 와도 걱정 농작물에 피해가 갈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농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농사는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주변 환경을 살피고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농사가 다른 일에 비해 쉽다는 의미가 아니라 농작물 성장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농사짓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자식농사'라는 말도 생긴 것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양질의 토양을 전제로 아이는 성장하게 되고 성장이라는 것은 내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에 서둔다고 해서 더 빨리 성장하는 것도 더 많이 신경 쓰고 정성을 다한다 해서 반드시 기대했던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별로 해 준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어 속을 태우기도 하며, 위기의 상황을 이겨내는 아이를 보면 고마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안쓰럽다고 부모가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어 사춘기에 접어들어 마음앓이 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이를 보면서 가끔 내가 어렸을때를 생각해 본다. "그래, 맞아. 나도 그럴때가 있었지", "나도 그때는 그러고 싶었지"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 한다. 그럼 아이 행동이 이해가 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농사 중에 가장 힘든 자식농사를 잘 짓기 위한 다섯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자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성장시기와 맞지 않는 조기교육보다는 알맞은 시기와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양분을 주어 잘 자랄 수 있게 적기 교육을 해야 한다.

두 번째, 해야 할 것을 하고 묵묵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양질의 토양이 되어야 한다. 장마여도, 가뭄이어도, 태풍이 와도 '사랑'으로 묵묵히 아이를 지켜봐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양질의 토양에서 자란 식물은 고난과 역경이 와도 잘 자라며 열매도 더 탐스럽게 열릴 것이다.

세 번째, 때가 되어야 하므로 서두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열매를 빨리 키우고 더 크게 키우려고 많은 영양분을 한꺼번에 준다 한들 빛, 물, 바람, 사랑 등 자연의 섭리로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속빈 강정이 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자연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과정이다.

네 번째, 억지로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는 기질을 타고난다. 기질과 성향이 매우 중요하고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이끌리게 되므로 하고싶고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다섯 번째, 결실은 항상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아이는 한명도 없다.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모두 다르다. 열매가 늦게 열린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아이마다 개성과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아이는 그 힘으로 튼튼하고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큰 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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