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제도가 시행된 것은 1910년 일제가 조선수탈 정책을 강화코자 하부 지방행정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규정을 제정한 것이 시작이다.

당시 면장은 도장관(道長官) 즉 도지사가 임명했다. 그 이후 1946년 주민 직접선거와 1958년 도지사 임명 1960년 다시 주민 직접 선출을 반복하다가 1961년 5·16 이후 면은 지방자치단체 지위를 상실하고 면장은 군수가 임명하게 되었다.

면 단위에 초등학교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에 하나 5개 정도가 있었던 시절, 걸어서 오일장 나들이가 유일한 외출이었던 시절에 사람들 생활권역은 주로 면단위 지역이었다. 평생 서울은 한두번 가볼까 말까한 시절에 면장은 면행정 총괄자이고 지역사회의 가장 유식자로 어른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도 행세께나 하는 자리에 앉으려면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 것이다.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은 직위(面長)이 아니라 '논어' 양화(陽貨)편에서 유래한 '면 면장(免 面墻)'이라는 말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수신제가에 힘쓰라고 훈계하는 대목으로 학문에 힘쓰고 인격을 수양하라는 것이 본래적 의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면지역사회를 보면 '알아야 면장(面長)한다'는 말이 마냥 잘못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남 인구가 주민등록 통계상 7만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9월 말 현재 7만676명으로 이 추세대로 나간다면 2020년 1분기쯤 7만선 붕괴가 예상된다. 현산면 인구가 9월 말에 2982명으로 3000명선이 무너지면서 인구 3000명 이하 면이 현산, 북평, 마산, 계곡, 북일면 5곳이 되었다.

대민행정이 이루어지는 가장 기초 행정단위가 읍, 면, 동이다. 그러나 농촌 면지역은 출생자보다 사망자수가 많은 자연감소에,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사회감소가 굳어지고 설상가상 고령화에 농어업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 없다.

현재 해남군에서 공무원이 6급이 5급으로 승진을 하면 대부분 면장보직을 받고 있다. 면장으로 부임하면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면정에 충실해야 할 시기에 6주간 승진자 교육을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군수의 면민과의 대화에 정작 면장이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초기에 열심히 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미리 승진을 한 후 6주간 승진자 교육을 마친 후에 자신이 보임될 면지역을 대상으로 어떻게 행정을 펼칠지를 철저하게 준비하게끔 제도 변경을 했으면 좋겠다.

면지역사회를 제대로 이해해야 앞이 내다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 고사되어 가고 있는 면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면장이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면장이 제대로 준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면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쇠락해가는 지역사회로 다 같아 보이지만 현상이나 자료를 층별(層別)해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름대로의 특성이 다 다르기에 지역 활성화나 회생을 위한 대책과 시책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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