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네이밍(Naming)'이란 글자 그대로 이름 짓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일반적인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이름 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네이밍이란 말의 의미는 주로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회사나 제품 또는 서비스, 책, 영화, 행사 등의 제목 등을 지칭하는 브랜드 네임을 개발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나이키나 갤럭시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운동화 및 스마트폰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이런 것처럼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시장에서 구별하게 하고 차별화하기 위해 개발하는 이름을 브랜드 네임이라고 한다. 브랜드 네임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패키지, 서비스 등 많은 부분이 시장에서 차별화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의 내재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에서 하는 행사나 축제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이름만 들어도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고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컨셉으로 네이밍하는 것이 기본이라 볼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면 의미가 좋고 부르기 쉬우며 바로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한다. 네이밍도 마찬가지다.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 회사의 서비스나 상품의 이름을 개발해 부르기 쉽고 잘 각인될 수 있게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잘 나타나게 해 소비자와 편하게 커뮤니케이션하게 해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 하는 행사나 축제의 네이밍은 짧은 기간에 홍보 효과를 극대화해야하기 때문에 네이밍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미남축제가 열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읍내 뿐만 아니라 면소재지까지 미남 축제에 대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땅끝 해남에서 사상 최초로 미남들을 뽑는 축제를 한다는 것인가?

풍문으로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도 미남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고 미남 콘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중에야 주변 사람들에게서 해당 축제가 다름 아닌 음식 축제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미남이라는 뜻을 풀이하면 한자로 '맛 미(味)'자를 쓰고 '남녁 남(南)'자를 써서 미남 축제로 네이밍을 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3가지의 뜻이 더 있다니 대단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궁금해서 알아보았더니 군에서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전문기관과 공모한 보고서에 담겨진 내용이라는 것이다. 미남이 해남을 상징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해남은 다른 시군에 비해서 대규모 축제다운 축제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축제의 장을 만들어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미남 축제를 기획했다고 하는데 우선 네이밍부터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니 군민 뿐만 아니라 타지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해남은 타 시군에 비해서 관광자원이 풍부한 편에 속한다. 우선 땅끝이라는 브랜드가 우리나라 전국에 청정지역의 의미와 함께 통용되고 있고 공룡박물관이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흥사와 두륜산, 달마고도의 미황사도 있다.

이렇게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해남을 상징하는 네이밍을 감안하여 축제의 이름을 지었다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남도의 대표적인 먹거리를 찾아 해남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해남 청정지역의 풍부한 농수산물을 활용하여 먹거리를 대거 선보인다는 미남축제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군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라도 이름을 지을때는 행사의 성격에 맞는가 한번 더 생각해보고 결정했으면 한다. 네이밍은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상징적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고 마케팅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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