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그동안 누려온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 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관세율과 농업 보조금 지급에 대한 특혜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어 우리 농업은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향후 WTO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 서 중국은 버티고 오히려 우리가 유탄을 맞은 격이다.

정부는 1995년 UR협정을 전후로 농업농촌 발전계획 119조를 비롯해 206조가 넘은 예산을 투여해 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농어촌 구조개선사업 등 기존예산이나 융자까지 포함한 부풀리기 성격이 짙고 이로 인해 우리 농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또한 농업예산이 규모화, 계열화에 집중되면서 농어업분야에서 국가예산이 낭비 중복되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한중 FTA발효시 대책으로 공언했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역시 수혜자들인 대기업들의 참여가 부진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농업경쟁력을 높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행의지가 불분명하다.

당장 내년 국가예산이 전년대비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에 이르는 확장예산임에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은 15조2990억원으로 작년보다는 증액되었지만 국가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선이 무너지고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가정책에서 농업이 소외되고 홀대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농업포기 선언이 아니라면 농업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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