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직업재활시설 2주년
국산콩 두부로 경쟁력 높여

▲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 두부가공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창진 씨가 두부를 만들고 있다.
▲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 두부가공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창진 씨가 두부를 만들고 있다.

계곡면 이창진(48) 씨는 새벽 5시가 되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구 계곡중학교에 위치한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원장 윤례중)이다. 3급 지적 장애인인 그는 2년 전부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두부가공팀에 참여하며 자립의 꿈을 키워오고 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던 이 씨는 서울에서 호텔 근무나 봉직공장, 막노동까지 여러 일을 전전하다가 IMF 이후 잠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고향집에 들이닥친 화마로 인해 3급 지적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이후 목포의 공공근로 일자리 등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오랜 기간 근무하지는 못했다.

그런 이 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7년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문을 열면서 일할 장애인을 구한다는 것이다. 운영 초기부터 일하기 시작한 이 씨는 벌써 2년여 가량을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 생산품인 '둔주포두부'를 만들며 보내고 있다.

두부가공팀인 이 씨가 출근하는 날은 월·수·금요일이다. 평소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2~3시쯤 마치는 일과이지만, 최근에는 둔주포 두부를 학교와 유치원 등에 납품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어 물량을 맞추기 위해 새벽6시부터 출근해 두부를 만든다. 바쁠 때는 토요일에도 두부를 만들 정도다.시간외수당까지 포함해 최고 60여만원의 근로임금을 받기도 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아들을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을 일찍 잃고 6남매를 홀로 키워온 이 씨의 어머니는 일 하느라 바빠 감성이 예민했던 아들을 보살펴주지 못해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지적장애인이 되어 걱정이 더욱 컸다고 한다. 이제는 적은 돈이나마 이 씨가 직접 벌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직장이 생겨 오랫동안 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씨의 어머니는 "해남 내에서는 장애인이 일할 곳이 많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이제는 아들이 일하는 게 재밌다고 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아들이 평소에도 깔끔하게 치우는 성격인데 일하는 특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채용해 자립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보호 환경을 마련하고 직업재활훈련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해 급여·훈련수당을 지급한다. 지난 2017년 훈련 장애인 24명이 일하기 시작해 현재는 근로장애인 11명과 훈련장애인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근로임금은 최저 20만원에서일하는 시간에 따라 32만원까지 받는다.

이 곳에서 일했던 장애인들 중에는 해남군청 공공근로일자리나 지역 내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세탁전문업체 선진 L&D에 취직한 사례도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들이 직접 일하는 곳인 만큼 보호자들의 관심도 높아 해남공업고등학교는 물론 강진에서도 직업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했고 장애인복지관 그룹홈 체험도 연계한 바 있다.

인력 지원 방안 마련해야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주요 사업은 두부 사업과 콩나물 사업, 임가공 작업이다. 두부는 국산콩을 사용해 '둔주포두부'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지난 2018년 6월 HACCP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들은 2개 조로 나뉘어 격일로 근무 중이고 현재 마트 16곳, 시설과 단체 10곳에 정기적으로 납품 중이다. 콩나물 사업은 지난 2018년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에서 진행하는 Non-GMO 식재료 지원사업에 참여해 해남·강진 지역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137개교에 두부를 납품하고 있다. 두부 사업은 2018년 2900여만원이던 매출이 지난 9월 기준 6700여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해남과 인근 지역에는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이외에 국산콩 두부 생산업체가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도 판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산콩으로 두부를 만들 경우 1모에 최소 3000원은 받아야 하다 보니 일반 업체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A 사에서 만드는 국산콩두부도 300g 기준 찌개용 3600원 이상, 부침용 4600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할 정도다.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 둔주포두부는 350g에 3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설 인력과 규모의 한계에 부딪쳐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는 모두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생산 및 판매관리사를 맡은 인력이 1명이어서 생산만 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현재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에 참여하기 위해 생산시설 신청도 진행 중인 만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지급하는 근로임금은 시설에서 창출한 수익금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올라야 장애인들의 근로 조건 또한 향상되기 때문이다.

윤례중 원장은 "두부는 1모에 1000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산 콩으로 만드는 두부는 일반 업체와 경쟁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국산콩을 사용해 두부를 만들고 있다."며 "소외된 계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비교해 일자리를 얻기가 무척 힘들다.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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