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기(자유기고가)

 
 

도원결의, 적벽대전 등으로 유명한 영웅호걸들의 대서사시 '삼국지연의'는 과장과 미화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역사소설이다. 저자는 1494년 경 송나라 시대 나관중이다.

소설 '삼국지연의'보다 천여 년 전 진나라 시대 진수가 쓴 '삼국지'는 역사를 기록한 정사(正史)다. 정사 삼국지는 총 30권이다. 마지막 권 '동이(東夷)전'은 우리 민족의 풍습과 정치 제도 등의 기록이다. 중국인들은 주변국을 이(夷)로 불렀다. 오랑캐란 뜻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동쪽에 있다하여 동이(東夷)라 불렀던 것이다. 동이로 불리는 것은 굴욕이다. 그러나 '동이전'은 우리 민족의 풍습과 정치제도 등을 기록한 최초의 역사서이자,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그 의미가 크다.

진수는 '동이전'에서 "동이족(東夷族)은 가무(歌舞)를 즐긴다"고 기록했다.

모이면 으레 노래방에 가서 흔들고 노래를 불러야 직성이 풀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가무를 즐기는 유전자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가무를 즐기는 민족의 DNA는 더욱 진화 발전하여 방탄소년단을 대표하는 한류문화로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우리의 정통소리는 서양의 성악과는 다르다. 음높이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등으로 파트를 나누는 서양의 성악은 맑은 물처럼 투명하지만, 삶의 한과 흥이 스며있는 우리의 정통소리는 쌀뜨물 같은 정겨운 탁음이다.

-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한 성악도가 있었다. 그는 성악으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이태리로 유학을 갔다. 어느 날 이태리 농촌으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충격을 받는다. 이태리 농부들이 들에서 일을 하면서 흥얼흥얼 칸초네를 부르는 노래 솜씨가 정통 성악공부를 하고 있는 자기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것은 아무리 잘해도 내 것이 될 수 없는 그저 흉내일 뿐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한다. 그리고 소리의 고장 진도를 찾는다. 우리의 정통소리를 배우기 위해서다. -

여기, 소리의 고장 진도에서 소리꾼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난 한 여인이 있다. 우리의 정통소리를 공부한 그녀는 대중 가수로 전향한 후 십 년을 무명으로 힘들게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무명의 십 년은 고달픈 삶의 시련을 견디고 큰 가수로 단련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녀가 세상의 낮은 곳에서 서민들의 목마른 삶과 함께하며 역경을 헤쳐 오는 동안, 국민의 맺힌 한과 억눌린 흥이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에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었다. 득음을 위해 눈을 멀게 했다는 서편제의 전설처럼 그녀에게 시련은 소리의 내공을 더욱 깊게 하는 수양과 단련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녀가 국민 앞에 나와 인사한다.

"송가인이어라∼"

가수 송가인, 그녀가 한과 흥이 스민 구성진 트로트로 한여름 무더위 식혀주는 소낙비처럼 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고 있다. 전국을 누비며 서민들의 맺힌 한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지친 삶으로 억눌린 민족의 흥을 신명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녀는 화려한 조명의 무대보다 시장거리에서 평범한 서민들에 둘러싸여, 그들과 어울려 노래 부를 때 더욱 빛이 난다. 그녀는 전국을 누비며 노래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짐을 덜어준다.

그녀를 보려는 사연의 주인공들은 그녀가 촌스런 의상을 하고 찾아가 노래를 불러 줄 때, 감격하고 행복해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복스러운 얼굴이라고 한다. 마음씨도 예쁘다고들 한다. 고향 진도는 물론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덩달아 인기다. 국민들은 지금 그녀의 인생 스토리까지 공감하며 칭송한다. 그러나 송가인의 스토리텔링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녀의 음악인생을 응원한다. 송가인 파이팅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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