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직원들과 함께 문내와 화원면 소재지를 두루 돌아 보았다. 사람 보기 힘들고 상가들은 썰렁하다. 돌아오는 길 산이 배추밭은 듬성듬성 빨간 황토가 보였다. 수확이 한창인 쌀농사도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장날이면 가정사정으로 바구니를 끌면서 시장에 자주 간다. 예년에는 듬북 쌓였어야 할 감은 잘고 양도 적다. 구수한 맛의 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올해 과일농사는 흉년이다. 비가 많고 태풍피해로 인한 결과라고 한다. 가슴 답답하다.

이렇듯 우리 해남 보통사람들의 삶의 어려움과는 별도로 온나라는 2개월이상 '조국사태'로 인한 나락에 빠졌다.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여 소리높여 외친다. 지역에서도 이 이슈를 두고 의견을 달리한다. 서로 좋게 지냈던 사람들이 입씨름을 하고 사이가 갈라지기도 한다. 예전에 겪지 못했던 현상이다. 이에 대한 글쓰기도 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아닌 자기 내부의 검열을 거쳐야 할 만큼 편가르기가 무섭다.

이제 당사자가 장관직을 물러나고 그 부인이 구속됨에 따라 그 사법적 결과는 지켜봐야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의 교훈을 차분하고 침착하게 곱씹어 볼 때인 것 같다.

우선 검찰개혁은 반드시 불가역적인 상태로 완성되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통제도 전혀 받지 않았던 과거의 검찰에서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며 검찰은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민주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된다.

우리는 또한 '이게 나라냐'며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현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지지부진한 촛불정신의 실현에서 벗어나 일자리·재벌·언론·노동·교육·선거·농업 등 여러분야의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 그리하여 재벌-검찰-관료-언론으로 연결된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해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서도 주도권을 더욱 높여야 한다.

더불어 주권자인 우리 보통사람들은 팍팍한 우리 삶의 사회구조적 밑바탕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 각자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를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하다.

우리는 개인적인 선택과 관계없이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조국 사태를 통해 사람의 탐욕의 실상이 무엇인지 똑바로 봤다. 이러한 불법과 합법을 떠나 탐욕이 판치는 세상은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해져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그 탐욕은 권력과 부를 많이 가진 기득권자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기본적인 생존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공정이 결여된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에게는 헬조선이 될 수 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인도의 간디는 "신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만 단 한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했을까?

우리 해남사람들도 세상 돌아가는 사회구조적인 존재상황을 뚜렷이 인식하고 개인의 인권과 행복권이 보장되고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축수산업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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