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추억의 팝송 '버닝러브(Burning Love)'에는 불타오르는 사랑의 클라이맥스에서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어 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가사가 나온다.

불탄 자리엔 재만 남는다. '번아웃(Burnout)'이란 모든 것이 타버리고 남은 재처럼 몸과 마음이 소진(消盡)되어 버린 상태이다.

번아웃은 1970년대 미국에서 타인을 원조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열성적인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지치고 탈진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나타낸 용어였지만 무한경쟁사회가 된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용어가 되었다.

직장인이 번아웃이 되면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피로감이 몰려오고 직장이나 업무에 대한 거부감과 부정적인 생각, 냉소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현저히 감소한다. 의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더니 무단결근을 하거나 어처구니 없게 차라리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입원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은 표면적으로 볼 때 기진맥진해 있어 활기가 없고 상대방과 감정교류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태이다. 이런 정도가 되면 소화도 잘 안되고 몸 여기저기가 확실한 이유도 없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백열전구가 열이 받아 필라멘트가 나가면 불이 들어오지 않듯이 자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점점 더 압박으로 다가오고 출구가 없는 막장에 갇힌 것처럼 좌절감이 몰려온다. 같이 일하는 상사나 동료와의 감정교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람이 냉소적으로 보이고 거리감이 생긴다.

번아웃에 빠지게 되면 일상적인 업무수행조차도 버겁게 된다.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일의 맥락을 잡지 못하고 문제해결과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는 창의력이 발현되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는 업무스트레스와 지속적인 과로, 직장생활에서 상사 부하 동료 간에 발생하는 갈등 상황은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불러온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 분류에서 이러한 상태를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해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에 포함하고 있다.

아직까지 번아웃증후군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진단척도가 마련되어져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연구조사 결과에서는 번아웃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적정한 업무량과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혼자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지나친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고 업무에 대한 긍정적 평가나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열정적인 버닝러브 노랫말이 번아웃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는 절규하는 자기 마음의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It's hard to breath. And my chest is a-heaving. Lord help mercy.(숨쉬기가 힘들어요. 내 가슴은 너무 무거워져요. 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모든 것을 번아웃이라 규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극한 상황에 이르기 까지 무관심한 것은 더욱 큰 문제이기에 살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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