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로버트 풀검은 그의 저서에서 이런 구절을 남겼다. '살아있는 것에게 소리 지르는 일은 영혼을 죽일 수 있다. 막대기와 돌은 우리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우리의 마음을 부러뜨린다'는 문장이다.

말과 글은 각각 소리와 문자로 표현되지만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은 같다. 언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사회관습적 체계로 정의되는데, 단순히 기호라는 의미로만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의 사고, 행동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25세.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의 슬픔과 분노는 고(故) 설리가 감당해야만 했던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로 향했다.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에 뛰어들었던 고 설리는 그 동안 악플로 인해 줄곧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터였다.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까지 했지만, 워낙 자유분방하고 활발하게 SNS를 사용했고 악플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자신에게 달린 악플을 읽는 JTBC '악플의 밤'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왔기에 당당하게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왔다. 하지만 연예인 설리로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보와는 다르게, 한 사람일 뿐인 최진리는 끊임없는 악플에 마음이 곪아갔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며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는 의견까지 내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진행한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7562명의 조사 대상자 중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32.8%로 나타났다. 학생은 29.5%, 성인은 43.1%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사이버폭력 8개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경험률은 '언어폭력'이었다.

대중들이 설리의 비보에 애도하며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에 공감하는 이유는 악의적인 말과 글이 주는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해남방송에서 2년여 간 아나운서를 맡았을 때 외모와 발음에 날선 의견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문장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손에 박힌 작은 가시 같은 기억도 이럴 진데, 십수년간 연예계 생활을 한 설리가 일거수일투족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악플이 달렸을 때의 고통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악플은 비단 온라인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온라인 인격은 현실의 사람과 전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또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나의 말과 글은 어땠는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자성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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